어린왕자

사는 이야기 2008. 12. 22. 19:10
7시 모임에 현재 5시. 시간을 때울 겸 백화점 꼭대기에 있는 서점에 가기로 했다.
어린 아이들을 모아놓고 영어로 된 캐롤을 가르쳐주는 선생님, 영어 단어 카드로 이름을 맞추는 풍경
나는 순간 우울해지고 말았다.
 
책을 뒤지다가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어린왕자
 
어린왕자는 내 인생 최고의 책이었다.
그랬던 책이 지금은 내용도 잘 기억이 안 나고 내가 봤다는 사실조차 까먹어버렸다.
석양이 지는 것을 계속 보려고 의자를 옮겨가며 마흔네 번 석양이 지는 것을 보았다는 어린왕자의 말.
이제는 코끼리를 먹은 보아뱀을 볼 수 없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고등학교 때 산 어린왕자가 보고 싶어졌다.
어린왕자의 오리지널 그림과 원어인 불어가 같이 쓰여 있던 작고 예쁜 그 책.
그러나 아무리 뒤져보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문득 눈에 들어온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분명 내가 읽어본 책이었다.
그러나 술을 진탕 먹은 다음날 기억처럼 책 내용에 대해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았다.
바보 이반이라는 책 속의 내용의 한 제목을 기억하는 걸 보면 분명히 책을 읽은 것이 확실했다.
 
그 책 속에서 찾은 책갈피 하나.
고등학교 때, 같은 지역 후배가 보낸 대학 합격 축하 엽서였다.
기수로 보니 바로 아랫기수 후배인데, 이름을 보아도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잊어 버린 것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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