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민

사는 이야기 2009. 1. 24. 17:04

청계천에서 쫓겨나 동대문 운동장으로 들어 간 철거민들 중 상당수가 자살을 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사실 나도 몰랐다. 우연한 계기로 그곳을 취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때 내가 받은 충격은 말로 다할 수 없는 것이었다. 또 그때 내가 받은 분노도 말로 다할 수 없는 것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약속한 '세계적인 풍물시장'이란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 웃긴 건 한두번 나가던 기사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동대문 운동장의 추억...운운하는 기사들로 전부 바뀌었다는 것이다. 거기 누가 있는지 모른체 사람들은 동대문 운동장이 철거되는 것에 추억을 곱씹는 것이다.


그들에겐 두가지 선택이 있는데, 벌레처럼 납작 엎드려 서서히 죽어가거나, 아니면 용산처럼 화염병을 던지며 분노를 폭발하다 죽어가거나. 어차피 그들에게 주어진 보상금 수준으로는 절대 생계를 이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생계'라고 하는 것은 거의 최저생활비 수준 혹은 그 이하를 말한다.


그들에겐 '민주주의'나, '인권' 같은 단어들도 사치스럽다. 그저 굶어죽지 않고 먹고 살 수 있는 방한칸과 생활비가 그들이 요구하는 전부다.


한잔 막걸리에 얼큰하게 취해서 몇번 죽으려고 시도 하다가 실패했다는 말을 하는 촛점없는 청계천 상인의 눈빛이 생각난다. 그리고 같이 잔을 마주치며 '죽지마' '죽으면 안돼'라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야기 하는 다른 상인들의 얼굴들도 기억이 난다.


거기에 무슨 이념이 있을 것이며, 좌와 우, 보수와 진보가 있을 것인가? 적어도 그들이 죽지는 않게 해 줘야 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그들에게 갖게 한 것이 누구인가? 믿어봤자 결국엔 다 거짓말이란 걸 깨닫게 해 준 것이 누구인가? 과연 누가 철거되어야 하는가.

출처 : 블로그 김진혁pd의 e야기, "철거민"

모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치자.
그러나 알면서 외면하는 것은 참을 수 없이 부끄러운 행동이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이게 너무나도 이상한 생각인가?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개인주의가 아닌 사회에 대한 집단에 대한 소속감을 높여야 한다.'
라고 말하면서 정작 타인의 불행에는 고개를 돌려버리는 사람들.
눈은 감기 위해 있는 것이고 고개는 돌리기 위해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맹인들의 어려움을 느끼고 싶다면, 눈에 안대를 감고 딱 한시간만 생활해 보면 된다.
철거민들의 어려움을 느끼고 싶다면, 딱 일주일만 집없이 생활해 보면 될 것이다.
그 후에는 주거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그들의 절규가 생때인지 아닌지 이해할 수 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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