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외롭구나

Element 2007. 8. 18.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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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외롭구나 - 김형태의 청춘 카운슬링

좋은 책은 남들에게 추천해 주고 있는 책이기에 특별히 알리지 않더라도 꼬리의 꼬리를 물고 여러사람들에게 전달 될 수 있다. 내가 그 꼬리를 잡은 것처럼, 내가 그 꼬리를 그 사람에게 내밀어 준 것처럼.

   놀이터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친구들이 점점 학교나 학원에서 만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의 10대는 지나갔다. 그렇게 학교에서나 집에서 시키는 대로 하고, 정해진 교육과정에, 정해진 시간표대로 생활하면 나의 모든 일은 끝이었다. 그리고 내 자신에 대한 생각조차 제대로 해보지 않은채, 남들보단 빠르게 청춘의 향연이라는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다.
   대학생활은 나에게 커다란 쇼크였다. 대학교에서 받는 수업, 대학교 캠퍼스의 분위기는 고등학교 때와는 별반 다른게 없었지만, 내가 접하는 정보나 경험이 양적으로 질적으로 팽창하고 있었다.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는 고등학교는 산골에 있었고 집에 갈 수 있는 일은 한달에 한번 뿐이었다. 신문도 읽지 않았고 책도 가끔씩 읽는 것이 전부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될 때까지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단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우리에게 정해진 수업과 자습을 마치면 우리의 하루 일과는 완벽한 것이었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와서는 나에게 주어지는 자유시간이 많아졌고 그 때 마침 대통령 탄핵문제가 터졌다.
   산골에 있는 학교 때문에, 2002년 월드컵 때 거리응원 한번 못 나가 본 것이 한이 되었던 나는 인터넷을 통해서 생중계로 중계되던 탄핵반대 촛불시위를 보고 또 한번의 월드컵인양 흥분하였다. 그 발화제 덕분에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안 읽던 책도 한두권씩 보게 되었고 어느 덧 취미란에 독서를 집어넣게 되는 나를 발견 할 수 있었다.
   책이라는 것은 인생을 여러번 살아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100권의 책에는 100개의 삶을 살아간 100명의 인생이 담겨져 있다. 책을 통해 내가 살고 싶은 인생(달콤한 인생?)을 맛볼 수도 있고 내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도 만나 볼 수 있다. 결국 내 삶은 단 하나지만 내가 아는 삶은 수십, 수백, 수천개가 되었다. 그러나 완벽하지 않은 나에게 몇가지 문제점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알고 있는 삶이 늘어날수록 내 삶은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매력적인 삶이 너무나도 많았다. 이것도 해보고 싶고 저것도 해보고 싶고 그러면서도 항상 머리속에서 되뇌인다.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삶을 살고 싶다'라고.
   상상은 쉽지만 노력은 어렵다. 되보고 싶은 것은 많지만 결국 노력해서 얻어 내고 싶은 꿈은 없었다. 노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깊은지도 모르고 언제부터인가 노력이라는 것이 결실이 아닌 고통이라는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했기에 피하고 싶었다. 젊은 날에 당연히 흘려야 할 땀을 흘리기 싫어하면서 청춘은 불교에서 말하는 고통의 현세가 되어버렸다.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삶이란, 남들과는 다르게 놀고 먹으면서도 성공할 수 있는 삶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 나에게, 그런 우리에게, 김형태는 말해준다. 땀 흘려 노력을 한 후에 내가 상상하고 있는 그 삶을 서서히 만들어 가야 한다라고. 꿈만 꾸는 것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꿈을 꾼다면 노력을 통해 그 것을 실현해야 한다. 그리고 꿈이 없다면, 꿈을 만들기 위한 경험을 쌓아야한다. (여기의 꿈과는 다르지만 잠잘때 꾸는 꿈도 현실에서 얻은 재료들의 재조합이다)
   외로웠다. 방황하고 방황했지만 친절하게 조언해주고 상담해주는 인생의 선배를 찾기 어려웠다. 세상은 돈이라는 기준으로 모든 것을 판단했고 나도 어느 덧 그 잣대를 가지고 살고 있었다. 돈을 잘버는 사람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며, 돈이 안되는 일을 하는 사람은 쓸모 없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Love Love Love라고 말해도 돈 돈 돈으로 들리는 세상에서, 돈이 아닌 진정한 기준으로 나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인생의 방향을 잡아주기 위해 위인전을 읽게 시킨다. 그러나 그 위인은 너무나도 뛰어나서 오히려 우리를 좌절시킬 수 있다. 위인은 최소한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들이다. 그 위인의 살아있을 때 이건 사후이건 간에 말이다. 비록 위인은 노력으로 시련을 극복해서 성공을 얻어내지만 그 시련은 우리가 겪고 있는 시련과는 한참 떨어진 존재처럼 느껴진다. 사실 몇 백전년일부터 그나마 가까운게 50년전 일이데 똑같이 느껴질 수 는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형태의 조언은 어두운 방속으로 들어온 한줄기 빛처럼 느껴졌다. 세상의 잣대로 보면 김형태의 인생은 실패한 인생이다. 홍대 미대를 다녔지만 학원 강사가 싫어 우유 한컵 빵 한조각 밖에 못 먹으며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며 학교를 다녔다. 졸업을 하고 전시회는 종종 가졌지만 소위 말하는 잘나가는 화가가 아닌 일반적인 배고픈 화가에 불과했다. 그렇게 하던 것도 10년도 안되서 음악이 좋아 밴드로 전환을 했고 연극도 하고 공연도 기획하며 여러가지 일을 하고 있지만 돈을 잘 벌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인생에서 한가지 확실한 것은 자신이 살고 싶은 인생을 살았고 그 덕분에 경험이 많다는 것이다. 대학을 나와 직장에 들어간 후 평생직장으로 살던 부모님 세대에게는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김형태는 자신있게 해준다. 세상이 가진 성공이라는 잣대를 위한, 즉 위인전에 실릴 수 있는 인물이 되기 위한 조언이 아닌 자신의 삶을 스스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것이다.
   김형태는 돌려서 말하지 않았다. 조언은 듣는 사람이 그 조언을 받아 들일 수 있어야하고 도움이 되어야 한다. 있는 그대로, 우리가 알아야하는 그대로를 말해준다. 그렇기에 그 조언이 더욱 피부에 와 닫게 된다.
   
   시맨틱 웹 2.0의 저자분도 철학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언급을 했는데 이 책의 저자분도 역시 철학의 중요함을 말한다. 예능을 제외하고 말해본다면, 우리가 배우는 학문을 크게 이과와 문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이과의 뿌리는 수학이다. 수학의 튼튼한 기본 없이는 이과의 다른 분야로 확장해 나갈 수 없다. 이것과 마찬가지로 문과의 뿌리가 되는 것은 언어와 철학이다. 언어가 없으면 사람들끼리 의사소통을 할 수 없고 철학이 없으면 방향을 잡을 수가 없다.
   우리는 철학이라는 것을 난해하고 일상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학문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럴만도 한 것이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쁘고 돈벌기 바쁜 삶 속에서, ‘인생이란 것이 무엇인지’ 또는 ‘인간이란 무엇인지’ 고찰 하는 행동은 100여 가지의 원소들을 보고 우주를 이해하려는 행동처럼 생각될 것이다. 그러나 이 둘이 아무리 동떨어진 것이라도 어느 한쪽만 아는 것은 세상의 한면만 보고 살아가는 것과 같을 것이다.
   살아가는데, 어떤 기업을 운영하는데 점점 더 철학이 중요해지는 세상이 오고 있다. 매일 매일 급변하고 점점 더 어지러운 세상이 되어 갈수록 그 변화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중심이 있어야 한다.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행동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지만 나 자신조차 거기에 휩쓸려버리면 안되는 것이다. 이런 세상 속에서 나 자신의 중심축을 가지고 변화에 대응해나가려면 철학이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김형태는 이러한 사실을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2만불 시대로 나아가고 싶어하지만 단순히 1만불 시대에서 2배만큼 더 일한다고 해서 그것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의 노력과 더불어 예술과 문화 그리고 기술의 조화가 이루어져야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연구계발에 힘쓰는 것과 더불어 앙드레김 디자인 에어콘 그리고 프라다 폰과 같이 문화와 예술의 결합된 제품을 내놓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일 것이다.

   책에 적혀 있는 거의 모든 이야기들이 나의 이야기 같았다. 질문을 읽을 때는 글쓴이와 공감하면서 그와 같은 절박하지만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심정이 정확하게 느껴진다. 마치 내 이야기를 질문하고 있는 것처럼. 그러나 형태님의 답변을 보면 풀릴 것 같지 않던 문제들이 서서히 풀려가고 나중에는 희망까지 부풀어 올랐다.
   사실 문제에 대한 해답은 질문자가 말하는 내용에 있었다. 영어를 못하는 게 걱정이면 지금부터 영어 공부를 하면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으면 그 꿈을 따라가던지,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지금 하고 있는 일과 병행하면서 서서히 준비하면 된다. 시간이 없어서, 미래가 없어서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시간은 자신의 시간을 쪼개고 다듬으면 충분히 평균 이상의 시간을 가지고 꿈을 위한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미래에 대한 희망은 어느 정도 노력을 하고 성과를 이룩한 다음에 평가해야 옳은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너는 대통령도 될 수 있고 우주여행사도 될 수 있고 무엇이든지 될 수 있다’라고 말해줄 수는 있지만 ‘너는 대통령이 될 것이다’라고는 말해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잃어버리고 있었던 기억. 내 인생의 가장 찬란했던 유년시절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경시대회 준비를 하던 초등학교 5,6학년 때이다. 그 때의 결과가 좋았던 것은 아니였다. 항상 한 문제차이라 좋은 상에서 빗겨 나갔고 부모님도 선생님도 나도 많이 아쉬워 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에도 내가 이 때를 내 최고의 유년시절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어느 때보다 열심히 노력했고, 그 노력을 즐거워했다는 것이다. 1학기와 여름방학 내내 학교에 나가 공부를 했지만 항상 즐거웠다. 그렇기에 누구에게도 자랑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좋은 과거가 될 수 있었다.
   그렇다. 누구에게나 자신있게 말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먼저 스스로에게 당당해야 한다. 내 스스로 당당할 수 있을 때는 나 스스로 최선을 다했고 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대학에 와서 최선을 다했는가?’라는 질문에 나는 아니라고 밖에 대답을 할 수밖에 없다. 더 좋은 일에 나를 더 멋지게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는 많은 시간들을 허무하게 보내 버린 것이다. 이것 저것하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제대로 한 것은 거의 없었고 누구에게도 자랑 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간 분야도 없었다. 내가 평소에 말하고 다니는 그대로 얋게 많이 아는 사람이 되었을 뿐이었다.

  -  피를 무서워하며 전쟁터에 나간 군인처럼 노력과 땀을 두려워하며 20대를 보내려고 했다.
  -  방황하지 말자, 방황하기엔 20대는 열정을 받쳐야 할 곳이 너무나도 많다.

   이제 내가 해야 할일은 정해졌다. 그의 조언대로 '내일부터'가 아닌 '오늘만이라도'라는 심정으로 꿈을 키우고 그 꿈에 양분을 주는 교양을 쌓고 그 곳에 노력이라는 땀방울을 뿌려 꿈이 실제로 크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에 만족하지 말고 과정에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Ps. 꼬리의 꼬리를 물고 이 책이 외로운 20대들에게 많이 퍼져갔으면 좋겠다.
Ps2. 유럽여행을 가기 전에 이 책의 후기를 다써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나의 유럽여행기는 이 책의 리뷰로부터 시작이 된다. (자세한 건 에필로그에서 다시 언급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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