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t

생각하기 2007. 11. 5. 04:56

컴퓨터에는 Reset이라는 아주 유용한 버튼이 있다.
에러가 생기거나 잘못된 작업으로 엉망이 되더라도 Reset키만 누르면 처음으로 돌아올 수 있다.

살다보면 가끔 나에게 Reset 버튼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때가 종종 있다.
기억을 하나 둘씩 끄집어 내고 현재의 나를 돌아보다보면,
내가 타이밍을 놓쳐 버린 일들과 무심코 지나쳐버린 일들이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지금 하고 싶지만 할 수 있는 일이 그 때는 간단히 할 수 있는 일인 것도 있었고,
그 때 그 일을 하거나 그 길로 갔었더라면 내 인생이 크게 바뀌었을 거라고 생각되는 일도 있다.
물론, 다시 돌아가서 새로운 선택을 한다 하여도 그것이 지금보다 더 나은 최선의 선택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하루 하루가 지날수록 출발점으로부터 한발 더 멀어졌다는 생각에 그런 생각이 더 드는 것이다.

소설 속 다양한 주인공들처럼 다양한 인생을 살아볼 수 있도록 Reset 할 수 있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혹은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 새로운 길로 가 볼 수 있다면,
어디로 돌아갈 것인가 상상 아닌 망상을 해보았다.
나도 타임머신을 앞에 두고 고민하고 있는 주인공들처럼
몇몇 아무 걱정없이 살던 행복했던 시점들과 아쉽다고 생각되는 시점들을 두고 고민했다.
그와 동시에 내가 버려두고 가야하는 보물들이 떠올랐다.

내가 생각하는 물질적 최고의 보물은 내가 4년간 찍은 사진들과 4년간 쓴 글들이다.
다른 것들이야 없어지면 돈을 모아 새로 살 수 있겠지만,
저것들은 내가 만든 것이지만 지금은 세상 누구도 만들 수 없는 보물 같은 것들이다.
그 보물들을 제외한 나머지 보물은 결국 내가 여지것 만나온 사람들과 그들과의 관계였다.

울음 같은 떨림을 가지고 가던 초등학교 등교 첫날부터 시작되서 지금까지도 매일 생기는 그 것이다.
나를 유지해주는 것도,
혼자하는 머리 속 생각과 현실을 구분시켜 주는 것도,
기억이 아닌 추억을 만들어 주는 것도,
수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었기에 존재할 수 있었다.

나의 탄생과 함께 시작한 관계지만 지금 가장 좋아하신다는 영화 대부처럼 대부 같은 관계로 생각되어 버린 만남
좋아한다는 말을 못해 괴롭힘으로 그 마음을 표현했던 만남
고맙다는 말 한마디만이라도 전했으면 좋았을 텐데 상처만 준거 같은 만남
알면서도 모른척, 있으면서도 없는 척 해야만 했던 만남
이런 아쉬운 만남도 많이 있긴 했다.
그러나 낙엽만 존재할 수는 없는 법이다.
가끔 가다 혼자 생각하면 웃게 만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즐거운 만남들도 많이 있었다.

그 만남들은 나를 고민하게 만드는 가장 큰 문제였다.
"과연 Reset을 한다면 다시 그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즐거운 문제였다.
과거로 돌아가는게 좋을까 아닐까 하는 고민을 하게 만드는 문제였으니.



"세상에 있는 수 많은 별들 중에 우리들이 만난 건 놀라운 일이야.
 그리고 내가 그 우리들에 속한다는 건 고마운 일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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