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없다

생각하기 2008. 11. 17. 11:14
   2008년 11월 14일은 심각하게 우울했던 날로 기억될 것이다. 다음 아고라에서 글을 올리던 미네르바는 국가의 압력을 받고는 마지막 편지 한 장만 남기고 떠나고 말았다. 그리고 술을 마시던 술집에서는 윤도현의 러브레터 마지막편을 소리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이명박보다 강만수보다 추락하는 경제를 잘 예측하던 미네르바에게 내린 국가의 행동은 입을 막아버리는 것이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초등학생들에게 용돈 주듯, 주가 3000, 5000을 난발하던 대통령과 경제 위기는 없고 외환보유고도 충분하다면서 미국과 통화 Swap를 맺고는 기뻐 날뛰던 재경부장관 그리고 덧샘 밖에는 모르는 일명 경제전문가인 애널리스트들이 있다.

   나쁜 소리는 절대 하지 않는다. 분명 세계적인 경제적 위기고 우리나라 경제지표에도 위기라는 증조가 이곳저곳 보이는 데도 그들은 절대 부정적인 전망을 내리지 않는다. 만약 그들이 의사였다면 분명 불치병에 걸린 환자를 보고도 "불로장생하실 겁니다"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들의 말을 듣다보면 차라리 다가올 크리스마스날 산타크로스 할아버지가 빨간 양말에 파란 약을 넣어주실거라는 말이 더욱 현실감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자유주의를 옹호한다는 사람들이 하는 행동은 통제와 감시 뿐이다. 최진실법이라는 가칭하에 어이없이 진행되는 3대 사이버법(사이버 모욕제·인터넷실명제·인터넷감청)은 내가 살고 있는 곳이 1940년대 독일 혹은 1950년대의 구 소련이 아닌가 하는 착각까지 들게 한다. 국민들의 입을 막고 나라가 모든 것을 통제하면 망한다는 사실, 이건 바로 앞에 두 나라에서 얻은 역사적 교훈 아닌가.


   자식들의 교육 환경을 위해 조기 유학을 보낸다는 사람들을 보면 비웃음을 보냈다. 비록 외국의 교육환경이 더 좋을 수도 있지만 자식교육의 50%이상은 부모들을 통해 받는 영향에서 나온다. 그런 50%를 버리고는 나머지 50%를 더 좋게 하겠다는 의견에 동의할 수 없었다.

   그러나 자식의 교육이 아닌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가족을 위해서, 한국을 떠나겠다는 사람을 본다면 박수 쳐줄것이다. 이곳에는 희망의 목소리가 없다. 입을 막아버린 이곳에서 희망의 목소리도, 절망의 목소리도 제대로 나올 수 없다. 이야기가 없기에 현 상황을 이해 할 수도 없다. 이곳이 과연 유토피아가 되어가는지 아니면 목을 옥죄는 게토가 되어가는지 구분을 할 수 없다. 단지 기쁜 일이 많을 땐, 말을 줄이지 않는다는 경험으로부터 추측할 뿐이다.

   지금 생각나는 방안은 두가지다. 하나는 용기를 잃지 않고 힘든 싸움을 시작하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희망을 찾아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것이다. 일단 후자는 차선이다. 정신줄 놓은 정부와 정당들 사이에는 투표권 마져 사실상 4년간 빼았겨 버린 내가 어떤 변화를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안하고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잘못되어 가는게 눈에 확연히 보이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어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나. (지금 생각한 한가지 방안이라면, 전국적인 일인 시위들을 통해 정보 왜곡&통제부터 알리는 방법인데, 문제는 사람들로 큰 반향을 얻어 낼 수 있을지 그리고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용기가 있을지.)


   작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것은 대부분 국민들이 마음속에 가지고 있었던 돈에 대한 꿈 때문이었다. 어린이들이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행복한 세상이 될거라고 꿈꾸는 것처럼 사람들도 경제 대통령이 돈을 많이 벌게 해주면 행복해 질거라는 막연한 꿈을 꾸었었다. 그리고 그 꿈이 깨지는 순간, 큰 절망감과 혼란이 찾아 올 것이다.

   장래희망에 '돈'이라고 적는 아이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 항목에 '돈'이라는 말도 안되는 단어를 집어넣었다. 대통령과 같이 가능성이 희박한 꿈이 아닌 불가능하고 말도 안되는 희망을 집어 넣은 것이다. 그 희망이 잘못된 것임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희망 없는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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