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따라 향따라

사는 이야기 2008. 1. 16. 16:47

3실에서 나와 복도를 걷고 있는데,
3실에 계신 형이 컵에 어떤 재료를 타서 들고 가고 있었다.
고소하면서도 향긋한 냄새에 나는 이끌렸다.

어떤 것을 탔는지 정확히 알수 없기에 나는 추측을 해야만 했다.
배가 고팠는지 망막 속에 들어온 것은 '미숫가루'
온도가 높으면 용해가 더 잘될꺼라는 생각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

숫가락으로 넣고 미숫가루를 저었다.
물에 넣은 소금처럼 녹을것이라 기대했지만 미숫가루의 저항은 완강했다.
숫가락에 엉겨붙은체 떨어지지 않았고,
덕분에 곤봉처럼 되어버린 숫가락은 미숫가루를 섞는데 아무런 도움이 될질 못했다.
그리고 머리 속에 스쳐지나간 생각.

뜨거운 물에 탔으니 이걸 어떻게 먹지?....
뜨겁기에 커피를 마시듯 살짝 먹어보았다.
꿀도 넣지 않고 설탕도 넣지 않았기에 맛이 없었다.
설탕을 찾고 바리바리 설탕을 넣는 사이에,
뭉쳐버린 미숫가루는 태안 앞바다 타르 덩어리마냥 침몰해갔다.
날이 뜨거워지면 다시 떠오를 거란 기대를 품었지만,
뜨거운보다 더 뜨거워질리 만무했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스쳐지나간 예쁜 여자처럼,
뜨거운 물에 휘감겨 떨어지는 덩어리들을 하염없이 보고 있었다.

바닥에 차곡차곡 쌓인 내 먹거리를 보며,
이명박 당선자가 채취한다던 골재가 이런 것이 아닐까 잠시 생각하며,
아까 그 형이 들고간 것은 분명 미숫가루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 바닥에 가라앉은 녀석들에게 향기가 날리도 없다.
그렇다면, 아까 그 향기는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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