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이란 무엇인가 - 에르네스트 르낭

Element 2008. 3. 5. 20:07
   사회주의가 붕괴한 이래로 세계는 지금 민족 간의 분쟁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 그런데 과연 순수한 단일 민족이라는 것이 가능한가. 근대국가의 성립 이후 민족이라는 개념이 인류의 역사에 발을 붙이면서 시작된 민족 간의 갈등은, 인류에게 수많은 갈등과 오해와 아픔을 던져주었다. 심지어 민족이라는 이름하에 다른 민족을 대량학살하는 비극적인 만행이 자행되기도 했다. 이러한 불행을 야기하는 민족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에르네스트 르낭은 민족은 인종에서 유래하는 것도, 언어로 구분되는 것도, 종교로 결속되는 것도, 그리고 국경선으로 규정지을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민족이란 언제든지 새로 생겨날 수 있으며, 언젠가는 종말을 고하게 되는 개념일 뿐임을 강조한다. 그래서 르낭은 민족보다는 인간 자체를 생각하자고 주장한다. 민족이 아닌 인간을 먼저 생각하자는 르낭의 주장은 서로 경계 긋기에 몰두하고 있는 우리의 편향된 의식에 경종을 울린다.
- 민족이란 무엇인가, 표지글 -


   이 책은 무려 1년하고 6개월전,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면서 읽을 책을 찾다가 고른 책이다. 르낭의 2가지의 글이 실려있다. '프랑스와 독일의 전쟁'과 책의 메인 타이틀인 '민족이라는 무엇인가'. 프랑스와 독일의 전쟁에서는 독일을 통일시킨 프로이센과 독일이 될 프로이센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처음에, 독일에 대한 찬양을 보고는 르낭이 독일 사람일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그는 프랑스 사람이었다. 프로이센 이전의 독일이 이룩한 뛰어나 업적들, 특히 그는 괴테를 무척이나 좋아한 것 같다.(하긴 전설이신데...)
   '민족이란 무엇인가'에서는 민족이라는 것에 대해 논한다. 사람들이 말하는 인종도, 종교도, 강과 산으로 경계가 되어진 영토도 민족을 규정짓지 못한다고 말한다. 민족이라는 것은 과거의 공통적인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는 결속된 집단이라고 말한다. 특히 과거의 슬픔을 공유하고 생각할 때, 공통의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민족은 더욱더 곤고해진다고 한다. 사람들이 어떤 민족에 속하느냐 안속하느냐는 전적으로 그 사람들의 의견에 의해서 결정된다. 일본어밖에 못쓴느 제2세대, 제3세대 제일교포라고 해도 그가 우리 민족이라고 생각하면 우리민족이다. 마찬가지로, 외국에서 귀화한 사람들이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자신의 것으로 여기서 생각한다면 그들 역시 우리의 민족인 것이다.

   얼마 전, 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한 기사에 달린 리플을 보고 깜짝 놀란적이 있다. 나는 외국인노동자들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 크게 문제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단일민족을 중시하는 우리사회에 다문화주의를 가져다주는 좋은 계기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비록 불법외국인노동자라도 강제로 출국시키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에 좋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문제는 간단하지 않았다.
   외국인노동자들의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한 인식이 무척 안좋았다. 절도사건은 물론이고 여학생들의 성폭행한 사건이며, 살인사건까지 그 사람들이 싫어할 수 밖에 없는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외국인노동자들을 강력하게 추방하는 것을 지지하는 카페도 생겼고 그것도 꽤나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카페가 생기고 저런 일들을 알리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알려야 하는 이야기이니). 그러나, 내가 걱정하는 것은 이런 일들이 오히려, 인종주의적인 우리사회를 더욱 더 인종주의적으로 만들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외국인노동자들에 의한 범죄가 일어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한 인권탄압도 일어나고 있다. 외국인노동자가 건물 13층에서 조사를 받다가 창문 밑으로 뛰어내린 것은 그들에 대한 우리사회의 시선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이야기일 것이다. 백인들에게는 고개를 숙이고, 흑인이나 다른 황인들에게는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동북아의 중심으로, 더 나아가 아시아의 중심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우리는 어려서부터, 한민족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한민족이라는 말이 그 만큼 중요한 이유는 그 말을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한단어로 표현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 한민족에 속한 다는 것에는 인종도, 종교도 중요하지 않다. 단지 공통된 역사와 문화라는 공통분모만 있을 뿐이다.
   다들 발해라는 국가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비록, 그 나라에 살던 80%는 고려인이 아닌, 거란족이거나 말갈족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 역시 발해에 살던 발해인으로, 우리의 역사로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 역사는 우리의 가장 화려한 역사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동북아의 중심이되고 아시아의 리더가 되겠다는 지금, 발해를 본 받아야 할때가 아닐까?


ps. 3년째 읽고 있는 책이 있는데, 곧 다 읽고 리뷰를 올릴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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