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사는 이야기 2007. 8. 20. 01:47

10일전 방콕에 있을 때, '한국에 오면 이것보다는 시원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아닌 듯 싶다.
엘리뇨의 영향인지 몰라도, 혹은 3년만에 처음으로 ICU 온도조절 시스템의 범위 밖으로 나가서 그런지는 몰라도,
예년에 비해 무척 더운거 같다.

우리집의 자랑이 20년동안 남향이고 바람이 잘 불어서 에어콘 한번 안사고 (에어콘 바람을 싫어해서 그런 경향도 있다)
선풍기 1대도 별로 안쓰며 여름을 보내는 것이 나름 자랑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바람이 도통 안불어서 그 한가하던 선풍기 한대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겨울에는 추워야하고 여름에는 더워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내가
몇년만에 제대로된 여름을 만나게 된게 어떻게 생각하면 행운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 더위 덕분에 런던에서 방콕 오는 길에 실종된 가방에 들어있던 초콜렛이 다 녹고 흘러버린채로 나에게 배달되었다.
사건의 흔적으로 봐선 방콕에서 녹은게 아니라 인천공항에서 우리집으로 배송하는 사이에 날이 더워서 녹은 것 같다.
그 결과, 몇몇 친구들에게 나누어주려던 초콜렛의 대부분은 도저히 선물로 쓸 수 없는 모습이 되어버렸고
버리거나 아까워서 내가 먹으려고 냉장고에 넣어버렸다.
흘러버린 초콜렛 때문에 기욱이 가방을 빨고 다른 것도 빨래하느랴 얼마나 힘들었는지 -_ㅠ.
결국 그 박스에 있던 선물들 중에 살아남은 건 영국에서 사온 핫초코 하나뿐.
그건 우는애나 줘야겠다.

매일 점심마다 2~3시간씩 낮잠(아직도 시차적응 중이다 --)을 자는데,
이건 달콤한 낮잠이 아니라 사경을 헤매는 악몽이다.
날씨가 더워서 헥헥거리며 자는데 이상한 점은 헥헥거리면서도 일어나기가 무척 힘들다는 것이다.
방콕시내에 벤치나 바닥 같은데서 자는 사람이 무척 많던데,
잠시 자려고 누웠다가 나처럼 못일어나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내일은 광화문에 나간다.
내가 생각하는 대학생의 로망 중 하나였는데, 정작하라고 하니 썬뜻 마음이 안내킨다.
잘못하다 어디 신문이나 TV에 나오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귀찮다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뭐 공무원처럼 되어버린 나의 직책(3학년까지였는데 작년에 과학생회가 생기면서 4학년까지로 늘어났다 -ㅁ-) 때문에 안 나갈 수도 없었다.
기왕 가는거 재밌게 그리고 서울에서 할일도 다 하고 와야겠다.

교양서적처럼 읽으려고 가져갔던 성경은 유럽가서 단 한쪽도 못읽고 그대로 가져왔다.
아무래도 책에 대한 열망을 다시금 떠올려줄 새로운 책이 필요한 듯 싶다.
폰에 있는 목록에서 찾아볼까? 아니면 도서갤러리에서 괜찮은 책을 찾아볼까?
누군가 추천해줘도 좋을텐데......뭐 없나요?

여행기 옴기고 있는게 지금 8월 2일째를 적고 있다.
보름이 넘은 일이니 머리 속에서 조금씩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빨리 쓰는게 좋은 걸 알면서도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느린 필기 속도 때문에 밀려버린 노트필기처럼 자꾸만 늦어진다.
하긴 그 옛날 이야기를 하루치를 5~6페이지씩 쓰려고 하니 늦을 수 밖에 없다.
좀 빨리 올리려고 예전 버스여행 글을 올리려고 했는데 이것도 사진 편집하려고 하니 1시간은 넘게 걸릴듯해서 글만 옴기고 말았다.
천천히 다듬어서 쓴 다음에 책으로 4권만 만들어서 같이 간 사람들이나 나눠줘야겠다.
인쇄비는 받아야지.

Ps. 가을학기 때 같이 연구센터체육단지에 가서 수영강습 받을 사람을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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