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9동 가는 버스

사는 이야기 2009. 11. 3. 02:19
버스가 막 서울대 정류소를 지나가던 때 였다.
시골(Non-서울)에서 올라온 촌놈에게 퇴근길의 무서움을 제대도 알려주는 만원 버스 안이었다.
이리치이고 저리치여 라면이 꼬들꼬들 익을 듯이 불쾌지수가 높아지고 있을 때 두껑을 열게 만드는 고함이 들려왔다.
그 고함은 서울대 앞에서 내리지 못한 한 할머니가 빨리 버스에서 내려달라는 절규 섞인 외침이었다.
순간 비난의 화살은 할머니를 내려주지 않은 버스 기사를 향했다.
그렇지만 그 화살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할머니에게도 되돌아 갔다.
할머니의 생각과는 다르게 할머니는 버스벨을 누르지 않았고 그 때문에 버스 기사 아저씨는 정류장에 멈추지 않은 것이었다.
빨간 색 비상망치에 손을 가져다 대며 벨을 눌렀다고 소리를 지르셨지만 망치는 망치일분 벨이 될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의 목소리는 망치로 내려치는 것처럼 거침 없어졌다.
자신은 운전을 못한다고 무시하는 거냐고 소리를 지르고,
자기 아들도 운전할 줄 안다며 자신을 무시하지 말라는 할머니의 말에는 안타까움이 담겨져 있었다.
운전면허증이 있다는 것은 주민등록증 외에 또 다른 증이 있다는 것에 불구해진 현실에서,
할머니의 말은 "우리집에 소고기 한근 있다"정도밖에 해석될 수 밖에 없었다.
덮으려고 노력하지만 그 노력이 오히려 덮으려는 것을 들춰내는 최악의 상황이었던 것이다.

벨을 눌렀다고 착각한 할머니,
할머니를 내려주지 못한 버스 아저씨,
그리고 만원 버스에 타고 있던 많은 사람들.
그들 중 이 문제의 원인은 누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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