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비 - 슬러쉬

포토폴리오 2010. 3. 10.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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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품질 우산

사는 이야기 2009. 4. 15. 17:18
점심을 먹고는 얼마전 3달치를 결제한 헬스장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가게를 나오면서 하늘을 보니 먹구름이 파란 블루스크린을 뒤덥고 있었고 마침 오늘 아침에 본 비올 확률 60%이라는 이야기가 기억났다.
어짜피, 방에도 우산이 없으니 하나 사야겠다는 마음에 근처 문방구에 들렸다.

이 문방구에는 5천원짜리 3단우산과 그것보다는 약간 고급인 6천원짜리 3단우산을 팔고 있었다.
2주 전 롯데마트에서 우산을 사려고 했을 때 가장 쌌던 우산이 9천원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좋은 가격이었다.
혹시나 너무 싸서 금방 고장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긴 했지만,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슬기로운 생활 시험에 꼭 나오는 품질보증 마크가 붙어있는 것을 보고는 자동적으로 구입했다.

대형 마트에서도 최소 9천원은 줘야 하는 삼단우산을 5천원 밖에 안주고 샀다는 것에 대해 무척 기뻤다.
그것도 중국산이 아닌 대한민국에서 품질보증까지 해준 제품이었다.
나는 들뜬 마음에 우산에 있는 고리를 손에 걸고는 좌우로 신나게 흔들며 걸었다.
갑자기 여자친구가 생기는 꿈 마냥 허전한 느낌이 손을 타고 전해졌다.
그리고 이어서 들리는 '쿵'소리.
정부에서 보증마크까지 붙여준 우산은 빈 깡통처럼 길바닥에 내팽겨져 있었다.
우산을 집어 다시 고리를 달아주려고 이리저리 살펴보았지만 도무지 어디에 붙여놓았던 것인지 찾을 수 없었다.
마치, 고리는 훼이크고 본래 의도했던 디자인은 고리가 없는 지금 모습이라는 것처럼.

박스를 뒤집어 쓰고 비를 피하는 것과 내 우산을 쓰고 비를 피하는 것과 무슨 차이인지 궁금해졌다.
면적이야 둘다 비슷비슷할테고 박스는 최소 5분이상을 버틸테니 내구성은 더 좋을 것이다.
물론 가격이야 뻔한 것이고.
기어코 한가지 장점을 발견했다.
우산은 여러번 사용할 수 있으니 반영구적이면서 친환경적이구나.
초록불도 파란불이라고 부르니 이 파란색 우산도 초록색 우산이라고 불러도 큰 상관없을 것이다.
어짜피 회색 콘크리트로 강을 매우는 일도 녹색성장이라고 하지 않던가?

펼때마다 녹색성장을 떠올리게 해줄 새 우산의 품질보증마크가 유난히 돋보이는 가운데 책상 위에 얌전히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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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던 그 날

사는 이야기 2008. 1. 25. 00:48
지난 일요일 갑작스러운 소식을 듣고 나는 서둘러 대전으로 내려갔다.
바로 부산으로 내려갈 수도 있었지만, 버스를 대절해서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내려오라는 친구의 말에,
나는 다른 친구와 함께 월요일날 부산으로 떠날 버스와 같이 갈 사람들을 알아보기 위해 대전으로 가기로 했다.

버스 대절계획은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일단 부산이라는 먼거리 때문에 버스 대절 비용이 비쌌고 소식을 듣자마자 내려간 친구들이 꽤 있어서 내려갈 인원이 충분하지 않았다.
버스 대절은 포기를 하고, 월요일 아침 KTX를 함께 타고 부산으로 내려가기로 정했다.
또한 시간상의 문제로 부산까지가지 못하는 친구들을 위해 부조금을 온라인으로 걷어 전달하기로 했다.

하루 늦게 내려가는 것이었지만, 나는 내려가는 순간부터 언제 올라올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곳에 도착해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운 친구의 모습을 보고 다른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들은 후,
어제부터 계속, 잠도 자지 않은 체 그 자리를 지키던 다른 친구들과 함께 나도 마지막까지 친구 곁을 지키기로 결심했다.


공허함에서 느껴지는 무거움, 그 속에서 나는 아무런 말도 던질 수 없었다.
내가 어떤 말을 던져도 도움이 안될 것이라 자위하며,
그런 나는 위로의 말을 들을 수 있을까 두려워하며.

남는다고 남았지만, 내가 도움을 준 일은 거의 없었다.
일손에 도움은 되지 못했고 오히려 자리에 떡하니 앉아 먹을 것만 축내고 있었다.
내가 유일하게 도운일은 새하얀 손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어드린 일뿐이었다.

문은 열리고 닫쳤다.
말하지 않아도 의식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친구 때문인지 나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도 하나가 되었다.


그 날 하늘에선 비가 내렸다.
그러나 보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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