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이야기

사는 이야기 2007. 6. 16. 19:25

   어렸을 때의 가장 큰 공포는 치과에 가는 일이었다. 과자를 좋아하고 껌을 많이 씹어서 나의 이는 자주 썩었고 비위가 좋지 못하는 나는 간단한 치료에도 수시간에서 심하게는 몇일에 나누어서 치료를 해야했다. 다행이도 공주에 치과를 하시는 아버지 친구분들이 2분이나 계셔서 가격적인 면에서 아주 큰 부담은 아니었겠지만 의사 선생님이나 간호사 분들이 나 때문에 심하게 고생하기는 했다. 또한 반년에 한번씩 다가오는 흔들리는 이의 등장에 나도 사시나무 떨듯 부르르 떨었고 2년차 위에 있는 누나가 이제 빠질 이가 2개 밖에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엄청나게 부러워했던게 기억이 난다. 다행이도 그 고생 덕분에 유치가 빠지고 새로운 치아 난 나는 이가 썩을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치아에 불소로 랩을 씨우는 치료를 받았고 그 후로는 이가 거의 썩지 않았다.
   그리하여 모든 공포는 사라지고 평화로운 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치과계에서 새로운 공포의 기술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치약의 보급과 초등학교에서 실시하는 불소양치가 도움이 되어서 매출이 줄었는지는 몰라도 치석제거라는 새로운 표어를 걸고 스케일링이라는 기술을 들고 나온 것이다. 치석이 있으면 좋지 않다고 하는데 모래사장에서 놀다가 들어간 손톱의 모래하고 치석하고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사뭇 궁금하다. 치석을 제거한다고 다음에 안 생기는 것도 아니다.
   결정적으로 스케일링을 한번 하면 권투만화의 주인공처럼 입안이 완전히 떡실신이 된다는 사실이다. 스케일링을 하고 입을 행구기 위해 침을 뱉으면 사약을 먹고 피를 뱉는 죄인처럼 순수혈통 100%에 가까워보이는 피가 튀어나온다. 물로 입을 행구면 입안에서 검 붉은 피 딱지도 나오기도 하고 거울을 통해 보는 잇몸을 보면 안쓰러워서 말도 안나온다 ㅠ_ㅠ. 2주 전부터 이가 시리기 시작했고 몇일 전부터는 어금이 부분이 아픈거 같아서 검사를 받으러 왔는데 결국 상한 곳은 없고 그냥 검사만 받고 돌려보내기 아쉬워하신 선생님의 배려(무료였는데 그래도 싫다)로 스케일링을 받았고 결국 앞에서 말한 것처럼 되어버렸다. 스케일링을 하고 나니 이가 더 아픈거 같다. 피가 너무 많이 나와서 깊숙한 곳까지는 못했고 다음 주에 한번 더 오라는데 이거 '몰라....뭐야, 그거......무서워'라고 말해버리고 안가고 싶다. 치석도 스님들이 돌아가시고 나오는 사리처럼 내공의 상징은 안되려나..._-_

오랜만에 피가 철철 흐르는 것을 보니 마음이 참 씁쓸하구나.
스케일링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들은 이 이야기의 무서움을 이해 못할 것이야......

Ps. 살수도 없고 다시 찾을 수 없는 셔플은 어쩌니...ㅠ_ㅠ

설정

트랙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