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타고 떠난 유럽여행 17일째 - 피렌체 가는길

떠나기 2009. 2. 8. 22:53

자동차타고 떠난 유럽여행 열일곱번째날 - 피렌체 가는길 (2007/07/12)

(* 내용은 12일 피사에서 피렌체로 떠나는 부분부터 이어집니다)
   피렌체를 가는 도중 초등학생들을 태운 노란색 버스를 도로에서 만나게 되었다. 어쩌다보니 우리가 버스 뒤를 졸졸 따라다니게 되었는데 그러던 도중 버스 뒷쪽에서 한 여자아이가 우리에게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뜻밖의 인사에 나는 같이 손을 흔드는 것으로 화답했다. 우리의 화답이 뜻밖이었는지 뒷자리에 앉은 아이들이 하나둘씩 나와 우리에게 손을 흔들어 댔다. 물론 우리는 새로운 아이들에게도 반갑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교통체증 때문에 짜증이 날 수 있었던 그 시간을 우리는 아이들과 손 인사를 나누며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마침내 기차처럼 차들이 늘어져있던 1차선 도로는 끝이 나고 2차선 도로가 시작되는 부분에서 우리는 아이들이탄 버스를 놓치고 말았다. 2차선 도로에 진입을 하는 부분에서 확실하게 진입을 했어야 했는데 우물쭈물하다가 사고가 날뻔하게 만든 것이 화근이었다. 결국 몇십분동안 서로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지만 제대로된 작별 인사도 못해보고 헤어진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놓쳐버린 버스를 따라잡기로 결심하였다.
   바로 뒤에 따라가다 놓쳐버린 것이었기에 버스가 있는 곳은 그리 멀지 않았다. 그렇지만 어린이 버스답지 않게  버스운전기사 추월을 일삼았기에 좀처럼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 몇 분동안 버스를 따라잡기 위해 이리저리 애쓴 결과, 마침내 우리는 맨 처음처럼 노란 버스의 바로 뒤에 설 수 있었다.
   한 아이가 우리가 버스를 따라온 것을 보고는 무척이나 기뻐하는 표정을 보였다. 그리고 잠시 후, 아까보다 더 많은 아이들이 나와 뒷 창문에서 우리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만났다. 얼마나 그렇게 달렸을까? 그 버스의 뒷 창문은 우리와 손을 흔들기 위한 아이들로 가득찼다.
   그렇게 버스 뒤를 졸졸졸 따라가던 도중, 2차선이 1차선으로 좁아지는 곳에서 어쩌다보니 우리가 버스 앞을 달리게 되었다. 당연히 버스가 우리를 추월할꺼라고 생각했지만 이상하게도 버스는 추월하지 않았다. 앞에 달리는 차를 추월할 수는 있어도, 추월을 당하게 만들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게 버스가 다시 우리를 추월했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계속 느리게 운전했지만 그 버스는 아까와 같은 버스가 아니었다. 피렌체로 가기 위해서는 한참을 더 가야했기에 아쉬움을 뒤로 한채 속도를 내어 달리기로 했다.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서 기욱이가 창문을 내리고는(트렁크에 짐이 꼭대기까지차서 여행 끝날때까지 후미경을 못썼다...-ㅁ-) 뒤를 돌아보았는데 아이들이 다 같이 나와 버스 앞쪽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고 한다. 우리는 창문에 손을 내밀어 화답을 했다. 그렇게 우리의 우연한 만남은 끝났다. (누군가의 추억이 될 수 있었을까?)

   피렌체 인근에 있는 캠핑장 중 가장 접근성이 좋다는 미켈란젤로 캠핑장을 가려고 했으나 6시도 안된 시각에 벌써 다 차있었다. (이 캠핑장에서는 피렌체 시내에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ㄷㄷㄷ). 어쩔 수 없이 피렌체를 약간 벗어난 곳에 있는 International Firenze Camping을 우리의 캠프로 정했다. 캠핑장이 언덕 위에 있어서 올라가는 도중 미숙한 나의 운전 실력 덕분에 카페에서 술마시던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나는 비웃음을 받았다. 그 때를 생각해보면, 엄청 웃기다. 이상한 동양인이 차를 끌고 오더니 후진을 하며 술을 마시고 있던 테이블을 덥치려고 했으니 ㅋㅋ
   우리 텐트 근처에 가족으로 보이는 외국인들이 있었다. 딸들이 한결 같이 날씬하고 예뻤다. 얼굴은 작고 다리 길고 우리를 위한(?) 정렬적인 패션까지. 모든게 완벽했다. 배드민턴을 치고 있었는데 기욱이와 나와 얼마나 같이 치고 싶었던지....ㅠㅠ (아, 그랬구나;;;; 별걸 기록해놨네;;).
   2pac의 다큐멘터리 영화와 귀향을 보고 잠에 들었다.

오늘 거쳐간 도시들 : 피렌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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