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본관에 위치한 EBS Space를 찾아가기란 어렵지 않았다. (07/08/31) 건물 앞에는 이번 다큐멘터리 페스티발에 참가한 감독들의 대형 사진이 걸려있었다. 인터넷으로 예약했기에 예약자 확인부터 하고 방송 스케줄과 상영작들의 간단한 정보가 담긴 팜플렛을 받았다. 상영작에 스탬프 도장을 받고 EBS Space 안으로 들어갔다.
예전에 Nell이 이곳에서 공연을 하는 것을 동영상으로 본 적이 있는데 화면에서 보는 것보다 작아보였다. 무대는 우리 기숙사 방 하나 정도 크기였고 무대와의 거리는 한발짝 내딛고 손을 내밀면 다을 정도였다. 지금은 상영회를 위해 중앙에 대형 스크린 한개 그리고 양옆에 커다란 PDP 2개를 설치해 놓고 있었다.
내가 처음으로 보게 된 작품은 새만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어부로 살고 싶다'이었다. 바다가 주는 양식에 기대어, 평생을 고기를 잡고 조개만 잡던 사람들이 새만금 때문에 삶의 터전을 잃은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의 이야기라 그런지 내가 본 여느 다큐멘터리보다 공감이 갔다. 새만금 사업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기 때문에 가장 크게 고려해야할 사람들이 이들이지만 아무도 이들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환경단체에서는 앞장서서 새만금 사업을 반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중요한 때에는 앞장 서지 않는다. 그들의 예산 중 상당수는 정부에서 받는 지원금이기 때문에 정부에 대놓고 반대할 수 없는 것이다. 도올이 3일동안 천막시위를 하면 수십명의 기자들이 몰려오지만, 그들이 1년 넘게 천막시위를 하는 것은 모든 기자들의 관심 밖이다. 같은 어민들끼리도 믿을 수가 없다. 서로의 보이지 않는 이해관계가 얼켜있고 보이지 않는 압력이나 힘이 작용했기에 일은 다수가 원하는 않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영화 상영이 끝난 후, 감독과의 대화 시간이 준비되어있었다. 질문을 해보려고도 했지만 몇몇 질문자들을 보고서는 너무나도 얕은 지식으로는 질문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금방 들었다. 작은 인연이 계기가 되어 10년 넘게 그 곳에서 촬영을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 곳에 그 사람들이 계속 있는 한 자신도 그 곳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말씀도 하셨다. 물론 다큐멘터리를 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편집도 편하게 하지 못하는 경제적 문제라는 언급을 잊지 않으셨다.
잠시간(한 5분정도?)에 휴식을 거친 후, 다음 작품인 '아버지의 선물'을 보기 위해 들어갔다. 위트도 넘치고 재미도 있는 작품이었지만 너무나도 불편한 EBS Space 의자 때문에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다. 전 작품을 감상할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4시간 동안 그런 의자에 계속 앉아 있기는 무리인듯 싶다. 나에게 1G USB를 가져다준 20자 감상평을 옴기자면,
어제 EBS Space에 있었던 상영회에 가서 이 작품을 보고 감독과의 대화도 들었습니다. 다큐멘터리 답지 않게 작품 전체에 위트와 재미가 넘칩니다. 세계 2차 대전을 통해 생긴 아버지의 과거를 따라가면서도 아버지 자체에 대한 관심도 잃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아버지와 그렇게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모습이 몹시 부러웠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감동을 위해 어느 정도의 연출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제가 다큐멘터리를 잘 모르고 다큐멘터리는 꼭 연출하지 않은 현실을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래서 그런게 좀 아쉬웠습니다
서울에서의 EIDF 상영회를 다 본 후 주말에 EBS에서 실시간으로 진행한 폐맥식도 보았는데 많이 아쉬웠다. 남자 MC로 김C 그리고 여자 MC 한명이 나왔는데 수상 발표작과 자료 화면 작품이 다른 실수를 저지르고. 중간에 MC들이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몰라 어리둥절하는 모습도 몇번 보였고, 결정적으로 대상을 받은 푸지에(정말 추천한다, 비록 아직 안봤지만)에 대한 질문을 김C가 하는 바람에 정작 중요한 감독님의 수상 소감을 묻지 못하고 객석으로 돌려보내는 어이 없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게시판에도 이 이야기로 말이 많았고 결국 EIDF 사무국에서 사과글을 올리는 것으로 일단락 났다. 올해 처음으로 생방송으로 진행했다고는 했지만 너무 어설픈 진행과 계속 보이는 실수 때문에 너무 아쉬웠다.
이제 제 4회 EIDF 끝이났다. 보지 못한 작품들이 너무 많아 그 작품들을 찾으려고 이곳 저곳을 방황하고 있다. 지난 3회 EIDF 상영작들도 다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내가 볼 수 있는 좋은 다큐멘터리가 하나 둘씩 쌓여가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다. 마치, 재미있는 책들을 침대 옆에 가득 쌓아두고 있는 듯한 기분이라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