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

사는 이야기 2007. 4. 23. 21:16
   분명 지난 주중으로 수요일날 남은 연습 3시간을 할지, 아니면 월요일날 할지 연락을 준다고 하였다. 그러나 연락을 한주가 지나도록 오지 않았고 일요일 밤이 되도록 문자 하나(매번 연습 전날 문자가 옴) 안왔기에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잠을 들었다.
   그리고 돌아온 월요일 아침, 곽기욱씨가 이른 시간(8시)에 우리 방에 방문했다. 운전면허연습하러 나오라고 전화가 왔다는 것이었다. 사실 한 10~20분전에 내 전화벨이 울렸었다(곽기욱씨 미안). 알 수 없는 번호였지만 나에게 울릴 일 없는 전화가 울리는 것을 보고 운전면허학원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분명히 나에게 연락도 없었으며 내가 말해둔 시간은 아침 때가 아닌 새벽시간 때였다. 10시 30분과 1시에 수업이 있는데 아침에 운전면허학원에 가면 수업에 빠져야했다. 그러나 어떻게 하겠는가? 상관없는 기욱씨까지 전화를 받고 우리방까지 왔는데 나가야지.

   내가 제 정신일리가 없었다. 전날에도 과대모임(PC방 가서 스타하고 서든을 대체 몇시간 한건지 머리가 어질어질)을 가느냐고 늦게 잠들었었고 가뜩이나 민감한 나의 수면 때문에 자다가 몇번 깬거 같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머리 속은 복잡할 때로 복잡하고 날카로워질 때로 날카로워져 있었다.
   친절하게 가르쳐주셔서 매번 괜찮게 생각했던 강사님의 말씀에 이상하게 머리 속으로는 신경질적으로 받아들였고 여지까지 한번도 꺼보지 않은 시동도 몇번 꺼트렸다. 한시간에 2번씩 빙글빙글 도는 코스는 지루할 대로 지루해져버렸고 옆에 잘한다고 말씀해주시는 강사님의 말씀(첫날부터)을 곧이 곧대로 믿는 나는 그런 줄 알았다. 한 시간의 연습이 끝날 때마다 불편한 차안에서 새우잠을 잤고 학교에서 들고 온 조엘 온 소프트웨어를 읽다가 꾸벅꾸벅 졸기 일 수 였다.

   변명분석인지 원인분석인지 구분이 안되는 이것은 그만 때려치고 본론을 말하자면, 그 많은 수신호 중에 내가 모르고 있던, 불과 3시간 전에 강사님이 하나씩 테스트 해줄때 유일하게 빼먹으셨던 후진 수신호를 물어보았고 점수를 깍였다. 내가 타던 차는 새차여서 잘 나갔는데 시험용 차량은 구식이었다. 연습하던 차대로 하면 속력이 한참 안났고 핸들은 불편하기 일수였다. 당황해서 였나? 출발하기 전에 해야하는 좌측 깜빡이를 까먹었고 여기서도 점수를 깍였다. 좌우에 차량이 오는지 확인하려고 교차로에서 천천히 나아갔는데 정지선 위반으로 점수를 깍였다.
   결정적으로 내 눈앞에서 살랑살랑 거리며 나를 손짓하던 초록불이 애매한 타이밍에 주황색으로 바뀌었고 '어서 지나가!'라고 하는 강사님의 말씀이 머리 속을 스쳐지나가는 바람에 나도 바람처럼 교차로를 건너가 버렸다. 그러나 내가 건너는 그 순간 신호는 빨간불로 바뀌었고 결국 코스의 절반밖에 돌지 못한체 낙차하고 말았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주황불을 보고 멈추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시험관분께서는 왜 거기서 신호를 보고도 멈추지 않았느냐고 나에게 꾸증을 하셨지만 나로써도 왜 멈추지 않았는지 모르는 문제였다. 그냥 내 몸이 움직이는 대로 주황불을 보고도 앞으로 나아갔고 그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내가 직접 휘뚜루 마뚜루 운전한 결과이니 누구를 원망할 것도 없었다. 한가지 원망하지면 전날까지 연락도 안해주고 51000원이라는 거금을 받아간 학원이 조금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학원에서 다시 시험을 보면 재교육비 + 시험료 해서 13만원을 내야하고 경찰청의 운전면허장에 가면 18000원을 내고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운전면허장에 가서 시험을 보러가야한다. 학원의 말로는 거기 가면 어려워서 잘 떨어진다고 하는데 그래도 지겨운 신탄진 도로를 몇시간씩 더 도는 것보다 새로운 도로를 도는 것이 더 기분이 좋지 않을까?  


지금의 기분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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