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적인 법치국가

생각하기 2008. 7. 16. 15:39

   우리나라는 법이라는 공통의 기준을 가지고 운영되는 법치국가이다. 법이라는 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적용될 때 그 법의 정당성을 부여받는다. 법이 어느 개인 또는 단체에 차별적인 적용을 실행하는 순간, 법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부정해버리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이 되는 것이다.
   헌법이 제정된지 벌써 60년이 지났지만 우리의 법은 만인 앞에서 평등하지 못했다. 우리의 법은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엄격했지만, 부자이고 힘있는 사람들에게는 관대했다. 쿠데타를 잃으키고 시민들을 학살한 살인자들은 군인이었기에 군법에 따라야 처벌을 해야했지만, 그러지 않았고 그나마 받은 무기징역도 얼마 지나지 않아 특사라는 이름으로 행방됐다. 요즘 그는 정치계의 대부마냥 선거철마다 찾아오는 후배 정치인들 접견 소식으로 아직까지도 살아있음을 우리에게 알리고 있다.

   헌법 제정 60주년을 하루 앞에 둔 오늘, 법원은 또 한번의 과오를 저질렀다. 우리의 법은 사람 앞에서 절대 평등하지 않음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며칠 전 폭력 촛불시위로 검찰로부터 1년 6개월이 구형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아직 법원의 판결은 나오지 않았지만, 차벽용 경찰 버스 위에서 방어판을 떼어내 훼손돈 혐의가 징역 1년 6개월감이라고 법원은 판단했다. 그리고 오늘 법원은 삼성 이건희 회장의 몇 천억원의 세금 포탈혐의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집행유예가 있기에 사실상 징역 3년은 징역을 살지 않는 처벌이다.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 징역 7년과 8천억원을 구형했었다.
   이것이 우리 법의 잣대이다. 우리가 검찰로부터 징역 7년을 받는다면 과연 그 사건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집행유예라는 판결을 받을 수 있을까? 차벽의 방어판을 때어내서 1년 6개월을 받았던 저 사람도 아마 판결에서 징역기간이 줄으면 줄었지 집행유예판결은 나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법은 수천억원의 탈세는 집행유예라는 판결을 내렸고, 많아야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일 차벽의 회손에는 엄격하지 못해 무서운 판결을 내릴 것이다.
   잘못된 경제정책과 무분별한 기업확장으로 맞은 IMF를 이겨낸 원동력도, 금을 모으고 기업에 들어가는 공적자금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맨 국민들의 힘이었다. 그렇게 그 위기를 이겨낸 것은 우리인데 우리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수많은 공적자금을 먹은 기업들은 또 한번의 경제위기를 운운하며 다시 한번 허리띠를 졸라야 한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 그러고는 법 앞에서의 평등, 더 나아가 자신들이 경제의 핵임을 주장하고 있다. 불법 탈세와 수 많은 불법을 저지르고도 휠체어 하나면 법을 무시할 수 있는 경제의 핵임을.
   역사는 미래의 지침이 된다. 우리는 역사에서 얻은 교훈을 통해 좋은 일과 나쁜 일, 앞으로 해야할일, 하지 말하야 할일을 구분하게 된다. 아쉽게도 우리 법의 역사는 좋은 일과 하지 말아야 할일, 그리고 나쁜 일과 앞으로 해야 할일을 나누어 놓아버렸다. 세금을 제대로 내고 법을 지키며 살아가는 일은 좋은 일이지만 높은 위치에 있고 재산이 많을 수록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된다. 반대로 탈세를 하고 위법을 저지르는 일은 나쁜 일이지만, 앞으로 해야 할일이 되어 버렸다. 너무나도 계몽된 우리는 기업들이 탈세를 하는 일이 합리적인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다. 수 천억원 세금 포탈해도 징역도 없고 벌금도 1천 100억원밖에 안되니, 안걸려도 이득 걸려도 이득인 자명한 행동이 된 것이다.

   너무나도 합리적이어서 법조차도 합리성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돈으로 사랑도 살 수 있고 우정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역겨워하지 않는 이상한 국민들. 내 얼마되지 않는 통장의 잔고를 모아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양심은 얼마면 살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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