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사는 화성인

사는 이야기 2008. 4. 26. 15:56

후배가 네이트 온으로 말을 걸어왔다.
어제 100분토론을 보는데 보는 내내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고 한다.
블로그스피어에서는 꽤나 화제가 되었나보다, 여기저기에서 올린 포스트들이 눈에 띄었다.
손석희의 깔끔한 진행에 무척이나 즐겨보는 100분토론이기에 다시보기를 안할 이유가 없었다.

이번 주 100분토론의 주제는 삼성사태, 그 본질과 파장이었다.
패널로는
 - 김용철 변호사, 전(前) 삼성그룹 법무팀장
 - 이승환 변호사
 -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 이한유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일단 삼성사태의 고발자인 김용철 변호사가 직접 나온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그리고 과연, 찬성쯕 패널(이승환변호사와 이한유 교수)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할지 궁금했다.

100분토론의 하이라이트는 이곳에서 볼 수 있다.
 - [100분토론] 삼성 특검
 - 100분 토론 | 문제의 영상


토론이 될 수 없는 토론이었다.
일단, 찬성 측 패널과 반대 측의 패널이 가진 개념이 너무 달랐다.
특히, 찬성 측의 이한유 교수님께서는 한국사회에서는 비자금과 뇌물이 있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데,
문제의 근본에 대한 개념부터 다른 상태에서 토론을 진행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사회자께서는 독특하시다는 말까지)
이한유 교수의 포쓰가 너무 강한 나머지, 이승환 변호사는 약간 덮어진 감이 없지 않아 있다.
4조 5천억원의 차명계좌의 돈 중에서 김용철 변호사가 보고 직접 전달해준 몇억은 퍼센트 비율로 비비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의 말대로라면, 살인자에게는 신호위반이나 무단횡단 같은 간단한 법칙은 범칙도 아니란 이야기가 된다.
언제부터 몇억의 비자금과 뇌물이 얼마 안되는 돈이 된지는 모르겠지만.

김용철 변호사는 고발인이라는 위치 때문인지 생각보다 말을 많이 하지는 않았다.
그 대신, 반대 쪽 패널로 나오신 김상조 교수님이 이번 토론의 MVP였다.
여러가지 사실을 가지고 사건을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쳐나갔다.
단순히 삼성의 문제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에서 제대로된 판결이 나지 않는다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도 말했다.
만약 이 사태를 어영부영 넘긴다면, 분명 다른 기업들도 같은 일을 만들테고 그 때도 삼성과 같이 기업이 법의 적용에 영향을 주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어제 토론을 보면서 문득 내가 지구에 살고 있는 화성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인의 기준으로 본다면, 어제의 100분토론은 토론이 아니라 개그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나와 같은 화성인들은 지구인들이 웃는 부분에서 웃지 않고 오히려 진지하고 성실했다.

모든 인종, 사상, 종교, 학문을 초월해서 기본 덕목으로 여기는 것이 정의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정의가 제대로 정의되지 못하고, 상대에 따라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이상한 세상이다.
정의롭지 않음을 지적하지 않고 오히려, 정의로움을 바보같다라고 놀리는 사회.
이런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지구인일리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구인은 푸른 별 지구처럼 투명하고 깨끗한 사람들 아니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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