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

Element 2009. 6. 18. 23:48
뭔가 일이 손에 안잡힐때는 책을 읽는게 가장 좋은 것 같다.
나는 책을 한권 읽으면 한동안은 저자처럼 생각하고 생활하는 버릇이 있다.
예를 들어 지금 미학 오디세이를 읽고 있다면, 그 책을 읽는 동안에는 미학에 대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독서가 가장 좋은 간접체험이라는 말이 있지만 나는 그 간접체험을 직접체험으로 바꾸어 경험하려고 한다.
책을 읽은지 일주일 정도만 지나면 그러한 효과는 사라진다는게 문제지만.

어쟀든 기분 전환을 하기 위해 고른 책이 바로 저 기분 나쁜 제목의 '인간 실격'이다.
저 책을 왜 골랐냐고 물은다면, 카라처럼 당당하게 걸으면서 "민음사 전집중에 얇은 책이 저거 였어요"라고 말할 것이다.
별 이유는 없었다.
지금 책 읽기 대기열에 들어있는 책들이 너무 두꺼워서 도무지 기분 전환이 안되었기에 얇은 책이 필요했을 뿐이다.

책은 지은이인 오사무 다자이의 실제 일생을 중심으로 약간의 허구가 섞여있는 식이다.
이를 테면, 10명의 형제중 막내로 태어난 주인공이라던가(지은이는 11명의 형제중 10번재로 태어남),
21살에 첫 자살을 실행해서 같이 자실한 여자만 죽고 자신은 자살방조로 기소되었던 이야기라던가,
대부분의 그의 일생 그대로를 말하고 있는 자전적 소설이다.


초반 - 인간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태어난 주인공이지만 그의 익살스러운 행동하고 여러가지 이야기들 때문에 완전히 몰입.
중반 - 애가 서서히 이상해져 가면서 내용이 조금씩 조금씩 무서워지고 있음. 지금은 무서워서 제대로 못읽겠음 ㄷㄷㄷ

위에 글은 책을 보면서 적어놨던 내용들이다.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초반의 몰입도가 강했다.
그리고 그 몰입도는 주인공이 조금씩 조금씩 무너져가면서 후반 내용에 대한 무서움으로 바뀌었다.


아이러니하게 어제 이 책을 다 읽기 전에 본 영화가 록키 발보아다.
록키에서 실베스타 스탤론이 승부에서는 질지언정 인생에서는 포기하지 않는 모습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면,
인간 실격에서 요조는, 즉 지은이인 오사무 다자이는, 인간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착한 인간이기에 인간임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인간상의 절정을 보여준다.

사실 역사를 보면 도무지 정의가 승리했고 아름다움이 살아남았다고 말할 수 없는 부분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러면서도 그런 비인간적인 과정들을 딛고 일어서서 지금의 인류를 만들었다는 것을 보면 한편으로는 놀랍다.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내가 희망하는 꿈의 본질은 똑같은 것 같다.
세상을 위한 또 하나의 진보.
그것 마치고 세상을 떠나야 후회 없는 삶이라 말할 것이다.


ps. 예전에 홍대 3대 미녀로 불리는 요조가 인간 실격의 주인공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기사를 본게 생각난다.
ps2. 자살을 긍정하고 긍지로 여기는 일본 문화에 대해 공부해 볼 필요가 있을 듯 하다. 특히, 독일과 일본이 가지고 있는 제국주의 시절에 대한 역사인식이 정반대인 이유 중에 하나가 저기에 있을 것도 같다. 자살을 할 일본군들은 신사에서 참배를 받는 신화가 되었지만, 뉘른베르그에서 전범재판을 반은 나치들은 죄인이 된 것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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