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능

생각하기 2010. 2. 18. 23:33

세상의 모든 일을 할 수 있고
세상의 모든 일을 할 수 없는
이 모든 가능성들이 내 머리 속에서 일어난다.

인생은 파도라는데
파도를 타고 있는 건지
쓰나미를 타고 있는 건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을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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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상자 속 생각

생각하기 2008. 5. 14. 19:22

이곳은 너무나도 조용하고 심심하다.
빛도 희미하게 보이고 내 심장 소리와 공명하는 또 하나의 심장 소리만 들릴 뿐이다.
나는 나를 가둔 이 작은 방안의 밖으로 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곳저곳 돌아다닐 준비를 하려고 발길질 연습도 해본다.
언제쯤 그날이 오게 될까?


내가 작은 방에서 밖으로 나온 지도 어느덧 362일 정도가 지났다.
기대한 대로 바깥세상에는 내가 보지 못한 신기한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방안 있을 때는 밖에 나가면 바로 돌아다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나오자마자 난관에 부딪혔다.
1초에 한 번 숨을 쉬는 것도 힘들었고 밥을 먹으면 진이 빠져 온종일 잠만 자야했다.
수천 번 넘어진 끝에 이제야 기어다니는 것을 벗어나 걸어다닐 수 있게 되었다.
자유롭게 걷게 되고 뛸 수도 있게 되면 새로운 것을 자주 볼 수 있고 더 많은 것을 만져 볼 수 있게 될 것 같다.
지금은 하루하루가 새로움의 연속이며 미래는 더 즐거울 뿐이다.


새로움을 느끼며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진학했다.
대학에서 자유롭게 새로운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고 여행을 하다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손쉽게 친구사이가 되었다.
이제 내가 접해보지 않는 것은 작게는 몇 년 많게는 몇 십년 선배들이 계시는 직장에서 사회생활을 해보는 일이다.
지금까지는 변화를 원하고 원했지만, 그 일을 하려고 공부를 해왔지만, 드디어 내가 그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선배들과 함께하는 직장생활도 즐거웠던 예전 일들처럼 기대된다.


나는 성인이 되었고 더 행복한 세상을 위해 새로운 것들을 끊임없이 도전했었다.
그렇게 새로운 것을 갈구하던 내가 어느 순간 변화에 대해 낫을 가리기 시작했다.



부모님의 품에서 벗어난 나는 새로운 가정을 만들었고,
열심히 일한 끝에 새집과 새 차 그리고 내 아이들을 얻게 되었다.
학창시절 가지고 있던 많은 별명을 불러주는 것은 아직 연락하고 지내는 친구들과 있을 때뿐이었다.
24시간의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에서는 내 이름을 직접 불러주었고 몇 년에 한 번씩 바뀌는 것은 뒤에 붙는 직급뿐이다.
지구처럼 달처럼 반복적인 내 생활에 서서히 적응하게 되었고 변화에 대한 열정은 점점 더 사라졌다.


지금은 여행을 가더라도 사람들이 많이 가고 나도 잘 아는 유명한 관광지가 좋다.
그런 관광지라면 패키지여행이 아주 많기에 유명 문화재들을 아주 편하고 빠르게 관광할 수 있을 것이다.
직장에서 주는 얼마 되지 않는 휴가에 여행하고 남은 시간 안락한 집에서 편히 쉬려면 그렇게 해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여행에서 중요한 것은 지인들을 위한 선물을 잊지 않는 것이다.
벌써 알고 지낸 지 몇 십년이나 된그들은 나를 존재하게 만드는 소중한 사람들이기에 꼭 챙겨야 한다.


어느덧, 내가 알고 지내던 선배들이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했다.
나의 지인들도 벌써 반이나 줄어들었고 직장을 가지면서 작아졌던 나의 활동범위도 퇴직하면서 더 작아졌다.
지난 10년간 새롭게 알게 된 사람은 집 근처에 사는 이웃 또는 나의 아들 딸들이 낳은 손자, 손녀들뿐이다.
가끔 건강을 위해 집 밖으로 산책하러 나가지만 대부분 시간은 집안에서 보낸다.
바깥은 시끄럽고 혼란스러울 뿐이다.
조용하고 편안한 집이 가장 좋은 휴식처다.



집안에 갇혀 살다시피한 나는 얼마 전 네모난 작은 집으로 이사했다.
이곳은 나 혼자밖에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작다.
어둡고 고요한 이곳에 들어오니 불연 듯, 태어나기 전 엄마 집에서 살았을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 심심한 곳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려고 발길질을 했었다.
그리고 세상에 나온 후, 누가 봐도 신기할 정도로 새로운 것을 갈구하고 배웠었다.
새로움이란 내가 배 속을 나온 원동력이었고 나를 성장하게 하는 자양분이었던 것이다.

사실 내가 가졌던 호기심을 포기하고 새로움을 두려움이라고 생각했던 순간,
지금과 같은 어둡고 작은 상자에 갇혀 버린 게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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