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에 맞서다

Element 2010. 2. 2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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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부름에 술자리에 갔다가 졸업하고는 처음으로 초등학교 동창을 만나게 되었다.
비록 나는 그 친구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지금도 기억이 안난다...-ㅁ-)
그 친구에게 몇살 아래인 남동생이 하나 있다고 한다.
이번에 휴가를 나오면서(친구는 ROTC로 복무 중) 동생을 만났는데 동생을 만나는 동안 자기가 모든 돈을 냈다고 했다.
일주일 동안 같은 옷만 입고 있어서 옷도 사주고 밥도 사주고.
돈 없이 생활하던게 너무 힘들었던지 "나는 돈을 엄청 많이 벌꺼야"라고 말할 정도로 돈에 대한 한이 눈에 보였다고 한다.
친구 말로는 그 나이 또래에 노는 여자애들에게 동생이름을 말하면 갑자기 애들이 싹싹해질 정도로 고향에서는 잘나갔던 동생이었다고 하는데,
고등학교 때 잘나가는 애들(?)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바로 세상에 내몰린 것 같다.
친구 말로는 자기집 형편이 좋은 것도 아니라고 했으니, 아마 대학도 안갔을 것이고 졸업하고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르바이트 뿐이었을 것이다.
Free라는 단어가 왜 붙었는지 이해는 못하지만 일본 프리타의 한국판이 바로 친구 동생이라고 할 수 있을거 같다.

우리가 일본을 말할 때,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10년이 뒤쳐져 있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 말을 반대로 해석하면 지금 일본의 모습이 10년뒤 우리나라의 모습이 될 가능성이 많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90년대 초반 일본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불황의 늪은 완전고용이라는 일본의 문화를 180도로 바꾼 계기였다.
그 후의 이야기는 IMF를 겪은 후,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대기업, 은행들이 하나둘씩 무너졌고 완전고용이라는 단어가 사라졌다.
노동유연성이라는 명목으로 정규직 일자리들은 하나둘 비정규직으로 대체되었고,
한창 일을 하고 있는 세대에게는 해고의 불안감이, 일을 잡으려는 사회 초년생에게는 비정규직의 불안감이 함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러한 사회적 불안감이 가속화되고 사회가 점점 더 하향평준화 된다는 것을 가장 절실하게 보여주는 것이 도시 곳곳에서 늘어나는 노숙자들의 숫자였다.
의식주, 인간이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적이 3가지 요소도 충족시키지 못한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사회가 안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부정할 수 없는 증거이다.


지은이의 글 중 가장 신선했던 것은 '다메'에 대한 이야기였다.
일본어로 '저수지'를 뜻하는 다메xx에서 따왔다고 하는 이 단어는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물질적, 사회적 여유(자본)을 뜻한다.
각자 가진 다메의 크기에 따라 같은 위기에 처하더라도 대처와 결과는 달라지게 된다.
일거리를 구하지 못해 잠자리나 밥 걱정을 하게된 사람이 있더라도 그 사람에게 부모라는 다메가 있다면,
부모가 가진 집과 부모가 제공해주는 밥을 통해 잠시 찾아온 위기를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메가 작은 사람이라면, 즉 의지할 부모도 없고 도움을 받을 만한 친구도 없는 상황이라면,
잠시 찾아온 이 위기가 그 사람에게는 정말 절체 절명의 위기가 될 수 있다.
이런 개개인간의 다메를 고려하지 않고 빈곤 문제를 생각한다면 상당히 잘못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또 한 가지는 빈곤의 대물림 만드는 5중 배재에 대한 이야기이다.
교육과정에서의 배제, 기업 복지에서의 배제, 가족복지에서의 배제 , 공적 복지에서의 배제,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서의 배제까지.
빈곤은 이러한 5가지의 배제를 순서대로 만들어나가고 결과적으로는 자기 배제의 극단적인 사례까지 만들게 한다.
사회적 문제 또는 구조적 문제들까지 개개인의 잘못으로 돌림으로써, 결과적으로 자기 자신까지 배제하게 되는 상황까지 만들게 된 것이다.


내 글 솜씨의 한계상, 이 책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게 무척 아쉽다.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다른 사람들에게 꼭 한번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특히, 역이나 지하도로에 있는 노숙자들이 막노동이나 해볼 생각을 하지 않고 왜 그러고 있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더욱 더.


추가. 도움이 될만한 경향신문 기사
http://media.daum.net/economic/view.html?cateid=1041&newsid=20100221181709702&p=k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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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을 켜다가

생각하기 2009. 9. 4. 14:48
스타 유즈맵 용량 제한이 2MB 밖에 안되서 어떻게 하면 고양이가 아닌 쥐처럼 용량을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광우병처럼 어지러운 머리를 식히는데에 아로마 향초가 좋다고 해서 촛불을 하나 사왔다. 향초라고 사오긴 사왔는데 이게 제대된 아로마 향초인지는 잘 모르겠다. 향을 맡아보려고 코를 대운하다가 촛불에 데일뻔까지 해서 기분이 좋지 않다. 예전 같았으면 그래도 국산 혹은 가까운 재일동포들이 만든 일본산이거니 했겠지만 IMF이후 개방으로 바뀌어버린 경제정책 덕택에 이것이 실정 한국에서 난 것인지 중국에서 난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경찰에서 불법, 불량 제품들을 검사는 한다지만 곰 앞에 쥐약일뿐이다. 밀려오는 화약에 휩쓸려야 했던 일본후기무사들의 심정이 바로 이런 것이었을까?

있다가 MBC에서 하는 무한도전이나 봐야겠다, 그러고 보니 지난 주 것도 안봐서 MBC에서 볼게 2화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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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

Element 2009. 6. 18. 23:48
뭔가 일이 손에 안잡힐때는 책을 읽는게 가장 좋은 것 같다.
나는 책을 한권 읽으면 한동안은 저자처럼 생각하고 생활하는 버릇이 있다.
예를 들어 지금 미학 오디세이를 읽고 있다면, 그 책을 읽는 동안에는 미학에 대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독서가 가장 좋은 간접체험이라는 말이 있지만 나는 그 간접체험을 직접체험으로 바꾸어 경험하려고 한다.
책을 읽은지 일주일 정도만 지나면 그러한 효과는 사라진다는게 문제지만.

어쟀든 기분 전환을 하기 위해 고른 책이 바로 저 기분 나쁜 제목의 '인간 실격'이다.
저 책을 왜 골랐냐고 물은다면, 카라처럼 당당하게 걸으면서 "민음사 전집중에 얇은 책이 저거 였어요"라고 말할 것이다.
별 이유는 없었다.
지금 책 읽기 대기열에 들어있는 책들이 너무 두꺼워서 도무지 기분 전환이 안되었기에 얇은 책이 필요했을 뿐이다.

책은 지은이인 오사무 다자이의 실제 일생을 중심으로 약간의 허구가 섞여있는 식이다.
이를 테면, 10명의 형제중 막내로 태어난 주인공이라던가(지은이는 11명의 형제중 10번재로 태어남),
21살에 첫 자살을 실행해서 같이 자실한 여자만 죽고 자신은 자살방조로 기소되었던 이야기라던가,
대부분의 그의 일생 그대로를 말하고 있는 자전적 소설이다.


초반 - 인간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태어난 주인공이지만 그의 익살스러운 행동하고 여러가지 이야기들 때문에 완전히 몰입.
중반 - 애가 서서히 이상해져 가면서 내용이 조금씩 조금씩 무서워지고 있음. 지금은 무서워서 제대로 못읽겠음 ㄷㄷㄷ

위에 글은 책을 보면서 적어놨던 내용들이다.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초반의 몰입도가 강했다.
그리고 그 몰입도는 주인공이 조금씩 조금씩 무너져가면서 후반 내용에 대한 무서움으로 바뀌었다.


아이러니하게 어제 이 책을 다 읽기 전에 본 영화가 록키 발보아다.
록키에서 실베스타 스탤론이 승부에서는 질지언정 인생에서는 포기하지 않는 모습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면,
인간 실격에서 요조는, 즉 지은이인 오사무 다자이는, 인간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착한 인간이기에 인간임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인간상의 절정을 보여준다.

사실 역사를 보면 도무지 정의가 승리했고 아름다움이 살아남았다고 말할 수 없는 부분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러면서도 그런 비인간적인 과정들을 딛고 일어서서 지금의 인류를 만들었다는 것을 보면 한편으로는 놀랍다.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내가 희망하는 꿈의 본질은 똑같은 것 같다.
세상을 위한 또 하나의 진보.
그것 마치고 세상을 떠나야 후회 없는 삶이라 말할 것이다.


ps. 예전에 홍대 3대 미녀로 불리는 요조가 인간 실격의 주인공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기사를 본게 생각난다.
ps2. 자살을 긍정하고 긍지로 여기는 일본 문화에 대해 공부해 볼 필요가 있을 듯 하다. 특히, 독일과 일본이 가지고 있는 제국주의 시절에 대한 역사인식이 정반대인 이유 중에 하나가 저기에 있을 것도 같다. 자살을 할 일본군들은 신사에서 참배를 받는 신화가 되었지만, 뉘른베르그에서 전범재판을 반은 나치들은 죄인이 된 것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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