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은행

사는 이야기 2009. 11. 4. 19:06
내가 살던 아파트 앞에 주택은행이 생긴 적이 있었다.
주택은행이라는 이름을 가진 은행답게 주변에서는 볼수 없는 현대적인 건축양식을 갖춘 우람한 건물이었다.
그 곳에는 365라는 숫자가 붙어 있는 특별한 공간이 있었다.
어른들 중에서도 특별한 사람만, 카드가 있는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다.
아무리 활발하게 뛰어노는 어린이라고 해도 여름과 겨울이 오면 뛰어 노는데 지치기 마련이다.
우리는 그럴 때마다 365가 적힌 그 방 앞에서 서성댔고,
제한된 문을 열수 있는 위대한 어른이 나타나면 졸졸졸 따라 들어갔다.
겨울에는 히터가 나와 따땃한고 여름엔 에어콘이 나와 시원한 낙원.
사실 에어콘은 근처에 있는 바이더웨이가 더 잘 나왔다.(3천원을 내면 어마어마하게 주는 슬러쉬 생각이 나네)
그러나 이곳엔 아무나 들어가지 못한다는 특별함이 있었기에 우리를 그곳으로 가게 만들었다.

지갑이 너무 무거워 정리하다보니, 내가 옛날에 그렇게 가지고 싶었던 카드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버스에서 만난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 아빠는 카드도 여러장 있다"라고 말하면 애처러워 질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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