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

사는 이야기 2007. 10. 11. 23:21
뭐가 좋은지도 모르겠고 어찌할지도 모르겠고 마음만 초조하고 답답하다.
이 마음을 어딘가 멀리 던지고 싶어서 자꾸 소리지르게 된다.
수업을 듣다가 도중에 나가서도 혹은 밥을 먹다가 도중에 나가서도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건 매일 밤마다 나가는 수영뿐이다.
물 속에서 들어가면 내가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고,
그 곳에서는 아무 신경쓰지 않고 소리 지를 수 있다.

한달 동안 자유수영을 듣고 초급을 들어서 그런지 수영강습은 지루하다.
폼이 좋지는 않지만 자유형을 할 수 있는데 한주 내내 발차기만 시키니 그럴 수 밖에.
발차기 연습을 하면서 틈틈히 남는 시간에 잠수를 하는 연습을 해보았다.
좀 더 깊숙히 그리고 좀 더 조용하게 들어가는 연습을.

어느 정도 연습을 해보니 물에 떠오르지 않고 가라 않는 방법을 터득했다.
폐 속에 있는 공기를 최대한 많이 내쉬면 떠오르지 않고 가라않는다.

초급반 연습이 마친 후,
바로 옆 중급반에서 수업을 마친 휘성이와 잠수연습을 했다.
물 속으로 들어가 가만히 있기, 앉아있기, 바닥을 헤매며 수영하기 등.
내가 참을 수 있는 한도안에서 최대한 물 속에서 놀았다.

그러던 중 문뜩 생각난 '물 속에서 누워있기'
몸을 뒤집기 때문에 코를 손으로 막고 수영장 바닥에 누워있기를 시도했다.
조용하다. 평온하다. 편안하다.
잠시 후 숨이 가빠질 것을 제외하면 한없이 편했다.
눈으로는 물 속으로 산란 되어오는 빛들이 아름답게 들어왔다.

이대로 계속 눕고 싶다.
기쁨도 슬픔도 없이 아름답기만 한 이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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