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이 들려주는 패러독스 이야기

Element 2008. 7. 1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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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에 재미있게 본 다큐멘터리 중에 Absolute zero라는 켈빈 0도에 다가가는 과학의 역사를 보여주는 다큐가 있었다. 중간 중간에 한국인 교수가 나와서 역사적 상황을 영어로 설명해주었다. (* 참고로 다큐멘터리는 영국의 공영방송 BBC에서 제작된 작품이다). 영국 방송에 한국인이 나와 설명을 하는 모습이 멋졌다. 더군나 이름도 나와 성이 같은 장하석이었다.
   무슨 국경일처럼 기억되버린 7월 11일, 잊어버렸으면 좋을텐데(농) 잊어지지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선물을 준비해야 했다. 책이나 한권 사줘야겠다고 마음을 먹던 중, 작년 TV 책을 말하다에서 선정한 올해의 도서들이 생각나 경제 부분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라는 책을 고르기로 마음을 먹었다. 장하준이라는 분이 쓴 책이었는데, 이상하게 옮긴이가 따로 있었다. 찾아보니 원서는 영어로 나온 'Bad Samaritans'이라는 이름의 책이었다. 이 분은 캠브리지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계셨다.
   장하석 그리고 장하준, 뭔가 이상한 낌새가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두 명은 형제였다. 더군다나 집안이 장난이 아니였다. 현대사회에서 말하는 대단한 집안(집안은 재벌이고 사돈은 재벌총수 혹은 국회의원인 인맥이 대단한)이 아닌 과거 시대부터 입으로 입으로 전해져오던 형태의 대단한 집안이다. 할아버지는 임시정부 외무장관에 그 아래 4명의 형제들은 모두 독립운동을 한 독립투사들이고 아버지는 3선 국회의원 그리고 장하준, 장하석 형제는 각 분야에서 인정 받는 학자들이다. 두 분 다 만 27세에 영국에서 교수가 되신 간지남들이다.

   관련 기사를 보던 도중 재미있는 내용을 발견했다. 두 분 다 어린시절부터 도서관에 살면서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한다. 한번은 아버지가 아들들이 얼마나 책을 읽는지 확인을 해보았는데 한시간에 250페이지씩을 읽었고 테스트를 해보니 내용도 다 기억하고 있었다고 한다. 한시간에 250페이지를 읽으려면 대략 15초에 한 페이지를 읽어야 한다. 물론, 중학교 때의 이야기이니 글씨가 빼곡히 써인 책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15초에 한페이지를 읽기란 굉장히 힘든일이다. 나는 얼마나 읽을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 직접 테스트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학교 도서관에는 어린이 서적이 없기에 어린이 서적이 있는 시립도서관으로 찾아가야 했다. 마침 올해 둔산에 새로 개관한 도서관이 750노선 근처에 있어서 쉽게 도서관에 갈 수 있었고 그 곳에서 이 글의 제목인 "러셀이 들려주는 패러독스 이야기"를 들고는 테스트에 들어갔다. 책의 페이지는 130여쪽 이었다. 250페이지를 1시간만에 읽는다고 했으니 내가 그 분들과 속도가 같다면 30분내외로 이 책을 완독해야 한다. 시간은 핸드폰에 있는 스톱왓치로 측정했다.

   책이 비록 어린이 도서실에 있었지만 쉬운 내용은 결코 아니었다. 집합론으로부터 시작되서 나중에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관한 이야기까지 나온다. 오토마타를 수강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집합이 주가 되는 초, 중반 부분은 수월하게 읽어 나갔다. 더군다나 상당수의 이야기는 철학시간 또는 각종 정보들을 통해 한번쯤은 들어본 이야기였기에 속독에 무리가 없었다. 그렇게 최대한 130페이지를 다 읽은 후, 쳐다본 타임워치의 시간은 1시간 5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무리였다. 한시간에 250페이지를 읽으려면 15초에 한페이지씩, 1초에 한줄 이상의 문장을 읽고 이해해야 했다. 탐정 만화 같은 경우, 1시간도 넘게 걸리는 나에겐 비록 청소년용 도서도 그렇게 빨리 읽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판타지 마스터인 동생이라면 1시간에 200페이지 정도는 읽을 수 있을거 같다.
   생각해보니, 동생의 졸업선물이 늦어져서 대학교 입학선물이 되었는데 그것도 늦어져서 생일 선물로 준다고 한 선물이 아직까지 업체측에 연락이 없어 결국 못주고 말았다. 2월의 세트상품이었는데 3월에 전화를 했을 땐 아직도 대기중이라고 하였고 지금은 아예 연락이 없다. 곧 있으면 계절학기를 마치고 돌아올 동생에게 책이나 몇권 선물을 해야겠다. 삶의 기준이 될만한 좋은 책들을.

ps. 글의 제목과 짤방은 본문과는 별 상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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