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타고 남부여행(4)

떠나기 2007. 4. 7. 18:00
   전남대 근처에 있는 찜질방으로 가달라고 아저씨에게 부탁을 했는데 내가 알고 있던 방향과는 다른 방향으로 택시가 가기 시작했다. 분명 가까운 거리에 찜질방에 많이 분포해있었는데 이 택시는 꽤 긴 거리를 이동해서 벌판 한가운데에 있는 찜질방에 나를 내려다주었다. 다행히도 근처에 아파트들이 있어서 아파트 상가에 있는 김밥천국에서 저녁을 해결 할 수 있었다. (라면+김밥, 2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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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과 라면 : )



   매번 그렇듯이 근처 PC방에 가서 내일 여행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광주에서 나주까지 가는 버스는 180번 버스와 180-1번 버스가 있는데 어짜피 나주에서 영암아니 무안까지 가려면 180-1번을 타야하기 때문에 결론적으로는 180-1번 버스를 타야한다는 정보를 얻었다. 그리고 내가 자주 가는 사이트에서 '에릭 카트맨'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하고 점심에 전남대 후문에서 고기를 굽기로 하였다.
   사실 생각을 많이 해보고 고독을 씹으려고 혼자 여행을 한다고 출발을 했지만 여행 중 가장 힘든 것은 외로움이었다 (고독과 외로움의 차이를 물어보던 곽XX군이 생각나는군). 전남대에서도 그랬었지만 혼자가면 버스에서 별다른 할일도 없고 고기 같은 것을 구워먹고 싶어서 먹을 수가 없다. 고기도 먹어본지 오래되었고 정규적인 사람(?)과의 대화도 그리웠는데 다행히 광주에 같이 고기를 구워 먹을 사람을 만나기로 한 것이다. 이 때의 기대감이란 재작년 축제 때 '에픽하이'가 왔을때와 비슷했다. 어쨌든 간단한 정보를 얻고 잠을 청할 찜질방으로 갔다. (아침햇살, 700원) + (PC방비, 1700원) + (찜질방비, 5000원)

   아마 내가 가본 찜질방 중에 가장 낙후된 찜질방이었을 것이다. 찜질을 할 수 있는 곳은 단 2개뿐이고 수면을 취하기 위한 매트릭스나 이불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남자 수면실에는 문조차 없고 수면실에 불까지 켜져있다. 다만 내가 가본 찜질방 중에서 가장 친절했던 곳인 듯하다. 사우나는 무인 음료수 판매를 하고 있고 심지어 목욕비도 무인으로 받고 있으니 말이다. 역시 친절도와 인기는 정반대의 개념인가? 참고로, 여기 찜질방에서 먹은 식혜가 내가 먹어본 식혜 중에 가장 맛있었다. (식혜, 1000원)

   다음날 아침. 내가 오늘 오전에 가야할 곳은 담양에서 가지 못했던 소쇄원이었다. 찜질방에서 나와 어제 담양에서 광주로 올때 내린 곳인 광주역육교가 있는 곳으로가 그곳에서 소쇄원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소쇄원으로 갔다. (9번, 800원) + (225번, 1300원), *요금은 1500원이었는데 2천원을 넣으니 700원이 돌려나왔다*
   나름 유명한 관광지라서 그런지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입장료, 1000원). 매표소에서 주신 차잔을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갈대숲이 양쪽에 보였고 안쪽에는 건물이 2채가 있었다. 그리고 이게 끝이다. 잔칫집상에 먹을게 없다더니, 소쇄원의 모습이 딱 그러한 모습이였다. 그러나 담장을 가로질러 계곡물이 원림 안으로 들어오게 한 구조는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안채에 앉아 있으면 집안으로 들어오는 계곡물을 볼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게 어디있을까? 홍수가 나면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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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그림자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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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이라 그런지 낙엽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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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가는 사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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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지는 않았지만 대나무도 종종 보였다



   아침밥은 소쇄원 근처에 있는 휴게실에서 컵라면 하나로 간단히 마쳤다 (컵라면, 1500원). 소쇄원 바로 아래쪽에 가사문학관이라는 곳이 있는데 그 곳에 수백명의 여고생들이 가을 소풍을 하러 온 것 같았다.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혼자 방황하고 있는데 저들은 끼리끼리 수다를 떨며 놀고 있었다. 부러운 녀석들 ㅠ_ㅠ.
   어제 약속을 잡은 '에릭카트맨'님과 밥을 먹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서둘러 버스에 올라탔다 (125번, 900원). 한가지 이상한 점은, 분명 광주에서 소쇄원으로 갈때의 요금은 1500원이었는데 소쇄원에서 광주로 갈때의 요금은 900원이라는 것이다.;; 두번 다 버스기사아저씨에게 물어본 것이라 요금이 틀릴 일은 없는데 참으로 이상하다.

   에릭카트맨님하고 만날 시간이 어느 정도 남아있어서 PC방에 들어가서 웹 서핑을 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내가 학교에 있을 땐 학교가 심심했었는데 여행을 하러 나오자 마자 학교에 활기가 넘쳐 흐르기 시작했다. 3명의 후보가 나와서 선거유세도 하고 동아리들에서 여러가지 공연도 하고 Morca 사진전에 걸린 내 사진도 보고 싶었는데 나는 여행중이였다. ㅠ_ㅠ (PC방비, 1200원)
   전남대 캠퍼스 안으로 들어가서 호수 옆에서 빈둥빈둥 놀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여자 2명이 나에게 접근해왔다. 아니나 다를까 나를 기독교를 선교하려는 대학생들이였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왜 타지에 왔을 때 이런 일이 생기는 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근처에 있는 무슨 교회를 꼭 나오라고 하는데 나는 대전에서 광주로 여행 온 몸이였다. 대체 그 많은 전남대 학생들 중에 대전에서 여행 온 나를 고른 것도 참 희안하다. 어쨌든 매번 하던대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주고 그들은 떠나갔다. 아 그리고 전남대에서는 예쁜 사람이 하나도 안보였다.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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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에는 없는 것..-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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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색보다는 역시 빨간색 자켓이 예쁜듯



   에릭카트맨님의 은덕으로 점심에 갈비를 뜯어(?) 먹을 수 있었다. 밥값도 대신 내주시고 여행동안 이야기를 못해서 답답했던 여러가지 마음들을 풀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무슨 이야기를 했었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대략 여자친구가 없음에 대한 신세 한탄이 전부였것으로 기억된다 ㅠ_ㅠ) 다음에 대전에 오시면 거하게 한번 쏴드릴려고 하는데 과연 오실지는 미지수이다. (2명이서 갈비 6인분을 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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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카트맨님 모습(못보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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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갈비!!!



   이번 여행을 하면서 앨지럼(가명)으로 인행 여러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은 정말로 큰 기쁨이였다. 어느 지방을 갔을 때 도움을 청하면 그 지방에 사는 앨지럼인이 도움을 주었고 여행에 지칠때는 앨지럼인을 만나 즐거움과 기쁨을 나눌 수도 있었다.


Ps. 20부작 예정..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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