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유혹

사는 이야기 2009. 5. 25. 02:24
   예전에 포스팅을 했듯이 커피를 끊으려고 한동안 커피를 안마시고 있었다. 국제 불공정거래의 대표적인 예인 커피를 끊음으로써 에디오피아인들을 생각하겠다는 취지와 다른 한편으로는 연구실에 들어온 이후로는 습관적으로 매일 3~4씩 마시는 것 같아 이것을 극복해보겠다는 의미였다. 전자의 경우는 사실 내가 커피를 안 먹는다고 해서 불공정거래가 줄어들지도 않고 오히려 에디오피아인들의 수입만(눈꼽만큼 밖에 안되겠지만) 줄어들거라는 의견에 아직까지도 아무런 반박도 못하고 있다. 공정거래 원두를 사서 마시면 되겠지만 사실 설탕으로 찰진 싸구려 커피를 좋아하는 내가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무튼, 2번째 이유는 확실히 바꿔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지난 1월 16일부터 5월 19일까지 커피 단식(?)에 성공했다.

   사실 이렇게 오래도록 안 먹을 생각은 아니었는데, 이게 한달, 두달 지나고 나니 그 동안 안먹고 버틴 기간이 아까워 커피 안마시기가 계속 유지되었었다. 그러던 나의 투쟁(?)을 깬 것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S모사의 X타벅스 커피였다. 암호학 프로젝트 발표가 있어서 강의실에 들어갔는데 발표를 하는 학생들을 위해 교수님께서 유리병에 담긴 스타벅스 커피를 각 1병씩 하달해 주셨다. 처음 다짐을 할 때, 윗 어른께서 하달하신 커피의 경우는 예외로 처리하고 마신다는 내부 규정을 정해 놨었기에 '이것으로 커피 단식은 마지막이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즐겁게 마셨다. 4달만에 마신 커피는 머리 속으로 기대하던 맛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블랙커피도 아니고 지나가던 곰돌이 푸우도 빨간 옷을 벗어던지고 달려올만한 설탕 가득한 커피, 맛있었다.

   담배를 안펴서 담배맛은 모르겠고 담배를 볼 때마다 자꾸 커피만 생각난다. 언론에도 마지막 담배이야기, 기분 전환하려고 핀 책에는 담배와 커피이야기, 결국 한손 두발 다 들고는 백기투항했다.(나머지 한손은 커피를 마셔야 했기에 열외). 지금 느껴지는 초조함이 커피 한잔으로 달래지지는 않아서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는 것이지만 그래도 마음의 위안은 되는 것 같다. 원래 계획했던 목표는 차차 생각해 보아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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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커피

사는 이야기 2009. 1. 13. 21:17
   다방의 쇄퇴와 인스턴트 커피의 등장으로 줄어들던 커피가게가 스타벅스로 대두되는 고급스럽고 분위기 있는 커피집의 등장으로 다시금 살아났다. 밥 값보다 비싼 커피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마시고 그런 것을 자연스러워 하는 것이 자랑스러운 취미인 것처럼 되버린 것이다. 브랜드를 내세운 고급시장이 성황하면 자연스럽게 중저가 시장도 생겨나는 법. 그와 더불어 비록 브랜드 이름은 없지만 원두에서 직접 커피를 만들어주는 동네 커피가게도 많이 생겨났다. 브랜드 커피의 반값정도의 가격에 같은 커피를 마실 수 있고 어짜피 가게 앉아 노가리를 하길 원하는 것도 아니기에 요즘 종종 그런 커피를 사 먹었었다.

   한결 같이 맛이 없었다. 값이 싸서 맛이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슈퍼마켓에서 사먹는, 아니 100원짜리를 넣으면 먹을 수 있는 그것보다는 맛이 없었다. 억지로 낸듯한 단맛과 씁쓸한 커피맛, 그것은 커피 타는 종업원의 모습에서 느껴졌던 맛인 것 같다. 커피를 타는 모습을 가까이서 직접 볼 수 있기에 매번 유심히 바라보곤 한다. 갈아진 원두를 기계에 넣고 우유를 기계에 휘졌고 둘을 합치면 내가 마시는 라떼가 된다. 그러나 종업원의 얼굴을 맛있어 보이는 커피와 합쳐지질 않는다. 우리말 대사전에서 맞춤법이 틀린 단어를 찾고 있는 교정원 같은 얼굴을 한 종업원은 몹시 지루하고 귀찮은 표정이다. 내가 먹고 있는 커피도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닌 오로지 돈이 만든 커피인것을 알기에 돈으로 사랑을 만든 듯한 씁쓸함을 느끼게 된다.

   1로부터 시작해서 100이라는 이익을 만드는 놀라운 커피지만 그 과정 사이에 단 하나의 행복도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것도 커피인 것 같다. 최저 임금보다 더 낮은 돈을 받으며 커피를 따는 아이들 그리고 최저 임금을 받으며 커피를 만들어 주는 종업원들, 이 사이에서 어떻게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밤하늘 속에서 별들을 보는 사람 그리고 별이 아닌 어둠에 가려진 하늘을 보는 사람, 나는 하늘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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