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사는 이야기 2007. 9. 16. 01:21

오늘의 아침은 괜찮은 꿈으로 시작했다.
희극이었는지 비극이었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등장인물은 확실히 기억이 났으니.

일요일날 할아버지 벌초를 하러 가야하기에 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
집에 오니 아버지가 이제 막 시작한 한화와 두산과의 야구경기를 보고 계셨다.
...............

5분도 안되는 대화를 끝으로 여기 있는 것보다는 방에 가서 자는 것이 괜찮다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기숙사에서 알람도 맞추지 않은체 푹잤고 버스에서도 잤으니 졸려서 자는건 아니였다.
현실을 잊기 위해선 비현실의 세계로 도망가야 했다.

꿈의 세계로 깊이 들어갔지만 그 꿈이 또 다른 현실이었다.
종종 머리 속으로 전해져오는 소리가 현실과 꿈을 왔다갔다하게 만들었고,
침대에서 자고 있던 나는 꿈 속에서도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기숙사로 돌아가는 동생을 만나고
방에 숨어 있다가 아버지를 뵈었다.

그리곤 잠에서 깼다.

동생은 기숙사로 돌아가서 집에 없었고
아버지는 동생을 데려다주기 위해서 나갔다.

아버지가 돌아오셨다.
나는 할머니가 차려주신 밥을 먹기 위해 식탁에 앉았다.
아버지가 운동을 하기 위해 나갔다.
어머니와 할머니가 오셔서 같이 밥을 먹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아까 아버지와 나 사이에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셨다.
이야기를 들으시진 못했지만 할머니도 나에게 안부를 물으셨다.
듣는 것과 함께 머리 속에서는 시간여행을 하고 있었다.

묻어두고 있었던 감정을 다시 대면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밀려오는 소리를 한번 내 맽고
노홍철처럼 펑펑 울었다.
....................

아홉살 인생의 주인공처럼,
내 인생의 시작도 기억도 아홉살부터였다.
놀이터에서 형들, 친구들을 사귀며 놀게 된 것도 그 때부터였고,
내 첫사랑이 우리반으로 전학 온 것도 2학년 때의 일이 었다.
그리고 내가 아버지를 기피하게 된 기억의 시작도 아홉살부터 였다.

오랜만에 만난 감정에 기대어 계속 울어보려고 했지만,
몇초도 안되어서 현실로 돌아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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