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00원짜리 피자 한조각

사는 이야기 2010. 1. 7. 18:10
어제 학교 피자집에서 후배와 같이 저녁으로 피자를 먹었었다.
피자를 만드는 아주머니는 주문에 쫒기고 우리는 셔틀 버스 시간에 쫒기다보니,
피자 4조각 + 콜라 2캔 값이 8400원을 내지 않고 왔다는 것을 버스에 탄 후에야 깨달았다.

행복은 짧고 슬픔은 길다.
내가 공짜로 이득을 본 행복의 가치가 열심히 일하고 손해를 본 슬픔의 가치보다 클리 없었다.
다음날, 다시 그 피자집으로가 내가 지불하지 않은 8400원을 지불하기로 결정했다.

어제 계셨던 아주머니가 아닌 다른 아주머니가 일을 하고 계셨지만,
사정을 말씀드리니 무척 좋아하시고 고마워하시면서 내게 피자 한조각을 서비스로 주셨다.
귤 2개와 콜라 1캔도 같이 먹으라고 주셨고. (콜라까지 먹으면 저녁을 못먹을거 같다 먹진 않았지만)

어떻게 보면, 모른척 하고 넘어가도 될 돈인 8400원을 내고는 피자 한조각을 먹게 된 격이 되었다.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8400원은 당연히 내야할 돈이었고 오히려 이 일 덕분에 피자 한조각을 공짜로 먹게 된 일이었다.
8400원짜리 피자 한조각이 된 것일까?? 아니면 공짜인 피자 한조각이 된 것일까?

사실 이런 의문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그 아주머니는 "덕분에 감동을 받았다"라는 말을 연발하셨지만,
사실 나 스스로도 감동을 받고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자기가 한 일에 자기가 행복하다니, 이건 무슨 개소리???'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사실이다.
이 일 때문에 내 자아존중감을 충족시킬 수 있었고 그 덕분에 행복해졌다.

이슬람 율법에 보면 "하루에 최소 한가지의 착한 일을 행하라"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비록 내가 이슬람 신자는 아니지만, 이 말을 마음에 새겨두고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매일 매일 착한 일을 할만한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길을 묻는 사람을 도와주거나 하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다.
겨울 방학 숙제를 다하고 겨울 방학을 즐기고 있는 초등학생의 기분이라고 할까? (정확히는 모른다, 그런 적이 없어서...)

그래서 결론은?
"그들은 모두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설정

트랙백

댓글

돼지를 잡다

사는 이야기 2008. 5. 1. 02:33
사용자 삽입 이미지


리소스가 떨어진 Signals&Systems 숙제와 사투 중이었다.
보아하니, 공부도 해야하고 숙제도 풀려면 오늘 내로는 도저히 답이 나올거 같지 않았다.
어차피 새벽에 챔피언스리그도 있거니와(무슨 상관이지;;) 배도 고프니 야식을 시켜먹기로 작정했다.

룸메는 내가 방에 들어온 8시부터 지금까지 방에 모습을 나타나지 않았다.
문자를 보내도 답이 없어, 도서관에 있거나 술을 마시거나 집에 갔을 거라고 추측을 해본다.
룸메도 없고 기숙사에 아는 사람은 룸메 밖에 없으니, 결국 혼자 야식을 먹어야 했다.

지갑에서 찾은 돈은 단돈 4000원.
내가 먹으려고 하는 피자의 가격은 7000원이었다.
부족한 돈은 3000원을 찾기 위해 룸메 책상에 있는 음료수용 동전함을 뒤졌다.
거기에 있는 돈은 10짜리까지 다 합쳐서 3000원을 겨우 만들 수 있는 정도였다.

이걸 모아서 피자 값으로 내려고 생각하니 2가지 걱정이 떠올랐다.
첫번째는 10원짜리까지 모아서 줘야하기 때문에 배달하는 아저씨에게 미안함이었고,
두번째는 내가 룸메에게 말하기 전에 동전함을 보게 된다면, 10원짜리 몇개밖에 안 남아있는 모습에 크게 실망거라는 가정이었다.
나는 다른 방법을 찾기로 했다.
돈보다는 식용이 앞서 피자 주문을 벌써 했기에 서둘러야 했다.

사실 기숙사에 아는 사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근처에 많지는 않지만, 몇몇 아는 후배들이 있었다.
그러나, 별로 친하지 않은 선배로써, 갑자기 방에 찾아와 야식을 사주는 것도 아닌 야식을 위해 돈을 빌리는 것은 좋아보이지 않았다.
더군다나 몇시간 전에 김건강후배가 찾아와 배가 고프다고 하소연했으나 내 지갑 속 돈을 보고 돌려보냈었다.
이런 마당에 후배에게 3000원을 기댈 수 없었다.
한참의 고민 끝에 내 책상 위에 있는 돼지 저금통을 잡기로 했다.


사실, 이 저금통은 얼마 후, 다른 저금통과 함께 동시에 뜯어질 운명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모은 다른 저금통과 함께 뜯어, 일일이 동전의 갯수를 세고 이 돈을 새 통장에 넣으려고 했다.
저금통에 돈을 모으게 된 이유는
돈을 모아서 여자친구에게 선물을 사주거나 여행을 가는데 쓰려는 용도였으나
대학교 1학년 때 저금통은 쉽게 다 채웠지만, 여자친구가 안 생겨서 아직까지 저금통을 못 열고 있었다.
혹시 1개로는 정성이 부족해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에, 지난 1월 새 저금통을 사서 3개월만에 가득 채웠으나 새로운 일을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튼, 3000원을 찾아 이곳저곳을 헤맨 끝에 그리고 눈물 끝에 돼지를 잡았다.
생각보다 500원짜리의 비중이 적어 결국 돼지 속에서 대부분의 돈을 들어내고 말았다.
그렇게 내 아끼던 돼지를 열어 3000원을 얻어냈고 나는 피자 한판 했다.

그러나
돼지 저금통에서 500원짜리 6개를 꺼냈음에도 불구하고 돼지저금통 안으로 모든 돈이 담아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내 기억들도.

설정

트랙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