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커피

사는 이야기 2009. 1. 13. 21:17
   다방의 쇄퇴와 인스턴트 커피의 등장으로 줄어들던 커피가게가 스타벅스로 대두되는 고급스럽고 분위기 있는 커피집의 등장으로 다시금 살아났다. 밥 값보다 비싼 커피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마시고 그런 것을 자연스러워 하는 것이 자랑스러운 취미인 것처럼 되버린 것이다. 브랜드를 내세운 고급시장이 성황하면 자연스럽게 중저가 시장도 생겨나는 법. 그와 더불어 비록 브랜드 이름은 없지만 원두에서 직접 커피를 만들어주는 동네 커피가게도 많이 생겨났다. 브랜드 커피의 반값정도의 가격에 같은 커피를 마실 수 있고 어짜피 가게 앉아 노가리를 하길 원하는 것도 아니기에 요즘 종종 그런 커피를 사 먹었었다.

   한결 같이 맛이 없었다. 값이 싸서 맛이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슈퍼마켓에서 사먹는, 아니 100원짜리를 넣으면 먹을 수 있는 그것보다는 맛이 없었다. 억지로 낸듯한 단맛과 씁쓸한 커피맛, 그것은 커피 타는 종업원의 모습에서 느껴졌던 맛인 것 같다. 커피를 타는 모습을 가까이서 직접 볼 수 있기에 매번 유심히 바라보곤 한다. 갈아진 원두를 기계에 넣고 우유를 기계에 휘졌고 둘을 합치면 내가 마시는 라떼가 된다. 그러나 종업원의 얼굴을 맛있어 보이는 커피와 합쳐지질 않는다. 우리말 대사전에서 맞춤법이 틀린 단어를 찾고 있는 교정원 같은 얼굴을 한 종업원은 몹시 지루하고 귀찮은 표정이다. 내가 먹고 있는 커피도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닌 오로지 돈이 만든 커피인것을 알기에 돈으로 사랑을 만든 듯한 씁쓸함을 느끼게 된다.

   1로부터 시작해서 100이라는 이익을 만드는 놀라운 커피지만 그 과정 사이에 단 하나의 행복도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것도 커피인 것 같다. 최저 임금보다 더 낮은 돈을 받으며 커피를 따는 아이들 그리고 최저 임금을 받으며 커피를 만들어 주는 종업원들, 이 사이에서 어떻게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밤하늘 속에서 별들을 보는 사람 그리고 별이 아닌 어둠에 가려진 하늘을 보는 사람, 나는 하늘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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