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가리려는 자들

Acropolis 2009. 7. 23. 01:39

   오늘 60년만에 달이 태양을 가리는 개기일식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개기일식이 아닌 부분일식으로 관찰할 수 있었는데 그게 퍽이나 아쉬웠는지 그 시각 국회에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께서는 손가락으로 태양을 가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었다. 물론 태양을 손으로 가린다고 해서 가려지지도 않는다. 한마디로 개짓이다.

   일자리를 2만개나 만드는 민생법안이고 방송선진화를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고 한나라당이 말하는 미디어법. 그러나 사실상 오늘 입법된 미디어법은 한나라당 본인 스스로도 명분도 잃은 법안이었다. 일단 민생법안이라는 이야기부터 해부해보자. 일단 미디어법이 민생법안이 아니라는 것은 이 법의 주요입법자인 나경원의원이 최근에 스스로 말한 내용이다.("나경원 “미디어법, 국민생활 밀접한 법 아니다"). 또한 일자리를 2만개나 만들고 방송을 선진화할 수 있다는 내용의 근거가 되었던 보고서가 조작되었고("미디어법 보고서 조작 논란... "허위광고 그만!") 조작되지 않은 원래 수치를 넣으면 사실상 한나라당에서 말하는 경제효과나 일자리 증가는 사실상 없어진다.
   솔직하게 까놓고 말해서, 한나라당에서 말하는 대로라면 미디어법이 통과되면 지금 있는 일자리 2만개에서 두배인 4만개의 일자리가 된다고 하는데, 수요라고 볼 수 있는 인구는 늘리도 않는 상황에서 공급이 2배로 늘면 과연 성장이 2배가 될까? 오히려 같은 파이를 놓고 더 많은 사람이 싸우는 더 안 좋은 상황이 될 가능성이 다분할 것이다.

   국민의 60%이상이 반대하고 직권상정의 경우는 국민의 80%가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오늘 일식 마냥 국민의 80%의 입장을 손으로 가리기로 마음을 먹은 것 같다. 그러고는 지들끼리 이제 단합이 잘되서 좋다고 노는 꼴을 보자니 얼마 안가서 그 잘난 단합심으로 똘똘 뭉쳐서 후회할 미래가 훤히 보인다.

   오늘 일 중 가장 놀라운 일은 박근혜의 행보였다(박근혜 "이 정도면 국민 공감해줄 것"). 전날까지는 미디어법에 반대를 표명해놓고는 오늘은 수수방관하더니 하는 이야기가 '한나라당 잘했다'였다. 이건 흡사, 2002년 대선 때 노무현과 단일화를 해놓고는 전날 뒷통수 후려친 정몽준 의원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물론, 70원으로 버스타는 법을 들고 스타킹에 나왔으면 5주 연속 1위 했을 정도의 포스를 가진 정의원님을 따라가지는 못하겠지만.

   정세균 대표와 이강래 의원이 의원직 사퇴는 오늘 한나라당의 행보와는 대조적으로 민주당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정세균 대표는 비록 사퇴로 의원직을 잃겠지만 그와 반대로 정치적인 힘을 얻었다. 사실상 우리나라에서의 정치력은 정치적인 쇼와 그를 통해 얻는 이미지에 달려있다(그래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인 시절에 뻘에 가서 삽으로 뻘을 뜨고는 '강이 오염되어 있다'라는 뻘짓을 한거 아니겠는가). 정세균 대표는 오늘 일을 통해서 진정성이라는 정치인에게는 아주 큰 매력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앞으로의 행보를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국민의 80%가 반대하는 미디어법을 직권상정을 통해 그리고 깔끔하지 않은 방법으로("전례 없는 '재표결'‥심각한 '절차 하자' 논란") 통과시킨 것은 분명 한나라당에게 부담을 넘어 위기가 되어 돌아올 것이다. 축구공을 발로 차기 전까지, 야구공을 배트로 때리기 전까진 자신이 공을 제대로 차거나 때린지 모르는 것처럼 한나라당에서는 아직까지 역풍이 올거라는 것을 모르고 축배를 들고 있는 듯 하지만.
   언론에서도 몇차례 이야기를 했고 정당들도 실질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야3당 의원들의 총사태가 벌어지면 정말이지 일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워질 것 같다. 야3당이 국회의원직을 총사태 한다는 것은 사실상 국회에 야당이 없어진다는 이야기고 이 말은 국회라는 대의제가 심장을 멈췄다고 선언하는 것과 같아진다. 대의제가 죽었다면 남은 것은 직접 민주주의인데 이것은 사실상 국회의원이고 정치인이고 없고 전국민이 거리로 나가자고 야3당이 한 목소리로 말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결국 한나라당과 MB정권에서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로 싫어하는 촛불시위가 열리게 될 발화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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