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목록

사는 이야기 2010. 1. 18. 13:10

옷을 샀다고 먹을 것을 샀다고 자랑하는 것은 왠지 사람을 없어 보이게 만든다.
그러나 음반이나 책을 사는 것은 충분히 자랑할만한 일인 것 같다.
외면이 아닌 내면을 위한 일이었기에.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에픽 하이 6집 - [e]


에픽하이는 2집부터 모든 앨범을 가지고 있기에 당연히 6집도 언제가는 사게 되어 있었다.
앨범이 나온지는 몇달이 지났지만, 배송비도 아낄겸 기다리고 있다가 이제서야 구매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언니네 이발관 5집 - 가장 보통의 존재


내 친구 중에 앨범 하나만 추천해달라고 부탁한다면
잠시의 고민도 없이 이 앨범을 바로 추천해줄 것이다.
사랑이 중요하지 않는 나이대는 없겠지만,
그래도 가장 심각하고 인생의 전부처럼 느껴지는 나이대는 있을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불나방 스타 쏘세지 클럽 - 고질적신파


이 앨범을 구매한 것은 어찌보면 중복 구매이다.
멜론에서 돈을 내고 전 앨범 MP3파일을 다운 받았기에
디지털로 한번 실제로 한번, 2번 구매한 꼴이 되었다.
2번 구매했다고 새로운 노래를 더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구매할만한 가치가 있는 앨범이다.
특히 이들의 2집이 제발 나오길 기대하는 사람들이라면.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청춘표류


이번에 대학을 가는 아는 동생에게 선물해주려고 구입했다.
나도 딱 20살 때 읽을 책이다.
20대에게는 꿈과 노력을 심어줘야 한다.
 그래야 '청춘'이라는 단어가 상징하는 의미처럼,
아무 것도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다.
이런 책을 소개시켜주는 당사자 본인은 정작 열정이 식어 있다는 것이 조금은 이상한 상황이지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Banksy Wall and Piece 뱅크시 월 앤 피스


나는 예술을 미적인 관점이 아닌 메시지적인 관점으로 보는 경향이 크다.
작품 자체의 아름다움보다는 작가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그 때문에 작품 하나하나 보다는 작가를 더 좋아하는 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겠지만 현대 미술은 이해하기 힘들다.
현대 미술 자체가 가진 속성이기도 하겠지만 어떠한 설명도 들어보질 못해서 이기도 하다.
미술시간에 미술가들이 붓을 놓은 이후의 미술에 대해서 설명해 준 것을 본적이 있는가?

그렇게 난해한 현대 미술가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딱 한명있다.
바로 영국의 그래피티(낙서, 낙서쟁이인가? 낙서장이인가?) 미술가 Banksy
영국에서 현존하는 아티스트 중 가장 인기 있는 아티스트 1위로 뽑힌 Banksy는
내가 좋아하는 요소들을 전부 가지고 있다.

메시지와 유머
그의 작품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의 메시지는 유머를 이용해 미학을 완성해 낸다.

내가 딱 저 정도의 그림 실력만 가지고 있었어도 뭔가 많이 만들어 내볼텐데.

설정

트랙백

댓글

88만원세대

Element 2009. 6. 9. 00:21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7년 혜성 같이 등장하여 각종 올해의 책 부문을 휩쓸고는 2008년 하나의 아이콘의 되어버린 '88만원세대'. 베스트셀러를 싫어하고 안 읽으려고 하는 내 독서 습관이 그렇듯이, 나 스스로 여기에 쓰인 88만원세대를 여러번 인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저 책을 읽지 않고 오다가 결국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책의 소감을 간략하게 말하자면, "이제서야 이 책을 읽은 것일까?", 이 문장 하나로 표현 될 수 있겠다. 조금 더 빨리 읽었다면 내가 속해있는 현 20대가 정확히 어떤 상황에 처해있고 어떤 대책이 있을 수 있는 지에 대해 깨달을 수 있었을 것이다.

책은 지금 20대들이 그리고 대한민국 사회 처한 현실에 대해 직설적으로 이야기 한다. "이대로 가다간 20대는 물론이고 앞으로의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다". 이 책을 읽은 내 친구는 이러한 표현들이 때문에 이 책으로부터 좌절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나 나에게는 오히려 하나의 희망으로 다가왔다. 88만원세대 이전에는 현 20대가 처한 문제점에 대한 심도 깊은 고찰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을 덕분에 우리는 그 문제에 대한 공통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문제를 풀어 갈 수 있는 발판 위에 함께 서 있을 수 있게 되었다.

부모로부터의 물질적인 독립과 삶의 안정성을 찾지 못하고 있는 88만원세대의 문제는 더 이상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되는 문제이다. 저자의 말대로, 그에 대한 해답을 찾는 다면 우리는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한다면 남미의 국가들처럼 되고 말 것이다.


내가 88만원 세대를 보면서 느낀건데
세대를 잘 태어나야 할거 같아
그런데 우리는 가장 안좋은 세대에 태어났잖아
아마, 우리는 비정규직 밖에 안될꺼야....

설정

트랙백

댓글

대한민국 표류기

Element 2009. 4. 20. 20:59
내가 글쓰기의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사람 중에 하나가 바로 허지웅이다.
예전 썼던 포스트에서도 언급했듯이 그의 글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재미와 생각을 동시에 주는 놀라운 매력이 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내가 그의 책을 사게 된것은 자명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허지웅의 글을 처음 읽었을 때의 느낌을 두 단어로 말해야 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재미"와 "슬픔"

허지웅은 글을 재미있게 쓸 줄 아는 사람이다.
유식함을 표현하기 위한 수사가 아닌 읽는 이들의 재미를 느끼기 위한 수사를 쓴다.
그와 동시에 그 재미는 현재 시대상황을 풍자한다.
이것이 내가 느끼는 슬픔이었다.


문을 열었다. 닫았다. 고시원 방이 좁은 건 새삼 놀랄 일이 아니다. 1-2평 남짓의 작은 골방에 책상과 의자가 있고, 바닥에 누우려면 의자를 책상 위로 올려야 다리를 온전히 다 뻗을 수 있다는 것 쯤,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방 한가운데 거대한 나무뿌리처럼 기둥하나가 서있을 거야, 라는 말 따윈 들어본 적이 없다. 여러모로 믿을 수 없는 광경이다. 루크 스카이워커에게 "내가 니 애미다"라고 말해놓고 아차, 싶은 다스 베이더의 심정이다. 여기서 자려면 복부에 구멍을 만들던지,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기둥을 안고 자던지 해야겠다. 직립보행을 포기한 짐승의 눈빛으로 원장을 향해 고개를 거칠게 돌렸다. 거의 비슷한 속도로 원장 역시 고개를 돌렸다. 그는 에어컨을 바라보고 말했다. "이게 15만원짜리 방이고. 다른 방은 20만원부터 시작이야."

그의 글은 현 20대의 모습을 반영한다.
논스톱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천국 같은 20대의 모습이 아닌,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수 많은 차들 중 단 하나도 가질 수 없는 20대의 진짜 모습을 보여준다.
내가 그에게서 슬픔을 느꼈던 이유는 그의 글 속에 있던 것이 아니라 바로 20대인 나 자신에게 있었다.

슬픔이 사라졌다.
허지웅 블로그의 애독자였기 때문에 책에 있는 대부분의 글들은 예전에 내가 보았던 글이었다.
(단 한가지 글은 확실히 블로그에는 언급이 되지 않았다고 확신하는데, 이 글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책을 살만하다)
그러나 지금 다시 그의 글을 읽었을 때는 예전과 같은 슬픔이 느껴지진 않았다.
그가 처한 상황, 즉 지금 20대들의 상황을 대변하는 모습들이 지금은 슬프다고 여겨지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 1년 생긴 인식의 변화 때문이다.
예전에는 비극 같은 이야기로 받아들여졌던 내용들이 이제는 현실 그 자체로 인식하기에 더 이상 예전 같지 않다.
"치열하게 살아왔는데 왜 나는 반지하방에 살면서 뚜벅이로 다녀야 하지?"라는 우울한 질문을 했다면,
이제는 "원래 20대의 삶이란 그러하다. 내 스스로 집을 마련하고 내 힘으로 나 하나를 먹여살린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라는 식이다.

지금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낙관적이라는 말과 긍정적이라는 말을 혼동해서는 안된다.
긍정이라는 안 좋은 상황을 오히려 기회로 보는 방향이지, 현 상황 자체를 왜곡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이 당신에게 "당신은 착하고 멋지시네요"라고 말한다고 한들,
내가 착했거나 혹은 나쁘거나 하는 사실 자체는 바뀌지 않은 것처럼.
우리 세대에 대한 올바른 인식 있어야지만 그에 대한 대안과 방안을 찾아내 진정한 긍정을 이끌 수 있다.


......(생략)
   그래서, 나는 더 이상 평균적인 삶이라는 허상을 좇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나는 이기는 습관이나 저기 저 거대한 우주의 시크릿, 혹은 성공하는 사람들의 몇 가지 습관이나 저기 저 거대한 우주의 시크릿, 혹은 성공하는 사람들의 몇 가지 습관 따위 몰라도 건강하게 살수 있는 방법이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간단합니다. 조금 덜 부유하고 조금 더 가난하게 사는 거지요. 산속에 들어가서 풀뿌리 캐 먹고 살자는 게 아니고요, 그저 소박하게 남들 다 하는 거 꼭 다 할 필요 없다는 생각으로 살자는 겁니다.
   이런 결론에 닿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아마도 20대 전부를 통틀어 이 고민을 푸는 데 쓴 것 같네요. 선택이 어려워서가 아닙니다.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다들 부채 위에 아슬아슬 쌓아 올린 세상의 빤한 삶으로 어서 들어오시라, 손짓만 했을 뿐이거든요.

나는 종교가 없다.
비록, 종교는 없지만 종교에서 말하는 이야기를 마음 속에 새기며 살아가고 있다.
종교마다 율법이 다르고 숭배하는 얼굴은 다르지만 근본적인 이야기는 단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욕심을 버리고 착하고 선하게 살라"

성공에 대한 경쟁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사회의 기준으로 보기엔 허지웅의 말은 다소 이상 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말은 인류의 97%가 믿는다는 종교들에서 한결 같이 말하고 있는 이야기를 지킨다는 아주 평범한 다짐이다.

설정

트랙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