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coming

사는 이야기 2007. 3. 18. 15:42

솔직하게 말하겠다.
지난 2년동안 계속 우울했었다.
물론 사막을 가던, 열대우림을 가던 날씨가 매번 바뀌는 것처럼 내 마음도 매일 다르기는 했다.
그러나 기본적인 분위기는 우울함이였다.
한번 늪에 빠진 사람이 나오려고 허우적대면 허우적댈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것 마냥, 나는 갈수록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대학에 오면서 사회에 대한 안 좋은 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세상을 보는 관점은 긍정적인 관점에서 회의적인 관점으로 바뀌어나갔다.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어려운 사람을 돕자던 생각들도 별 도움이 안되는 생각으로 느껴졌고,
자살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서 비판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동조가 생길 정도로 심했다.

왜 사는지도 모르겠고 삶의 목적도 찾을 수가 없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한다는 돈을 많이 벌고 싶은 것도 아니고 학문적으로 성공하거나 명성을 얻고 싶은 것도 아니였다.
'그렇다면 내가 왜 태어났을까?'라는 질문에 '죽기 위해 태어났다'라는 답변을 하는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삶에 대한 이유? 나란 존재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아무리 고민고민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여행을 떠나도 나오지 않았고, 한학기 동안 휴식을 취해도 아무 생각없이 하루종일 일만해도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IS Proposal을 검사 받으려고 맹성현 교수님을 찾아갔다가 조언을 구할 수 있었다.
해주신 여러가지 조언 중에 상담실에 한번 찾아가보라는 조언도 있었다.
예전부터 정신과를 한번 가볼까 하다가 그것에 대한 대체로 생각난 곳이 상담실이었는데 실천으로는 옴기지 못했었다.
교수님이 해준 한 마디로 통해 실천으로 옴길 수 있었고 상담지기 선생님께 상담도 받아보고 MBTI검사도 받아볼 수 있었다.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MBTI를 받아 본 적이있다.
그 때 나의 MBTI결과는 스파크형(ENFP)였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번에 받은 검사에서는 INTP형이 나왔다.
근 5년 사이에 외향적인 성격(그랬던가??)이 내향적으로 바뀌고 감성적이던 성격이 사고적으로 바뀐 것이다.
나는 외향적인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내 우울함이 커지면서 나의 우울함이 다른사람에게도 전파되지 않을까 걱정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점점 더 내향적으로 바뀌게 된것 같다.
검사결과는 결과만을 말할 뿐이다.
상담을 받았지만 별로 나아지는 것이 없었고 선생님이 청강해보라고 말해주신 리더쉽 수업도 별 다른 감흥을 주진 못했다.
다만, 검사결과를 보면서 고등학교 1학년 때의 나의 모습이 불현듯이 떠올랐다.

그 때도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친구를 새로 사귀어야 하는 불안감과 예전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이 많이 남아있었을 때였다.
중학교 때에는 보다 많이 웃었고 보다 즐거운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함께 있었다.
생각해보면, 나의 진학은 매번 그런 아쉬움을 수반했던 것 같다.
초등학교 진학 때에는 유치원 때 더 즐겁고 재미있게 느껴졌고,
중학교 진학 때에도 마찬가지로 초등학교 때가 더 즐거웠고 재미있었다고 생각되었다.
물론 대학교에 진학하고 초기에는 그런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대학원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나의 인생은 벌써 정점을 넘었다는 생각이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

나의 시각은 항상 과거에 맞춰져 있었다.
대학교 때는 고등학생들이 부러웠고 지금은 이번에 들어온 07학생들이 무척이나 부러웠다.
심지어 학교를 잠시 쉬고 다른 학교 신입생으로 들어가 생활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아까 말했던 고1 때 고민의 결론이 생각났다.
삶의 목표가 없고 일상이 지루해도 내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미래에는 최소한 한가지 이상이 행복이 있을테니,
그 행복을 웃으면서 행복하게 기다리자는 것이다.
그 때의 나의 결론도 모든 것을 생각하고 고민하지 말고 그냥 웃으면서 살자였다.
사실 사람에게 행복이라는 것은 계획에 없이 찾아오기에 내가 다급해할 필요가 없는 존재이다.
그리고 행복함이란 미래에 그 행복이 나에게도 다가올 가능성이 있기에 느껴지는 감정이라고 생각된다.
내가 지금 볼 수 없다고 미래에도 내가 볼 수 없다고 단정지을 수 없듯이.

나를 위해 웃으며 살려고 한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그 웃음이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하고 나를 좋아하게 만들어주면 좋겠다.

I'm coming!
다시 돌아오기로 결정했다.
내가 이제 해야하는 것은 나의 행복을 너그럽게 기다릴 뿐만 아니라, 좀 더 가까이 올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그 때가 오면, 이 날을 생각하며 즐거워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쾌활하고 웃기 좋아하는 라영씨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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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정확한 조언을 해준 택시기사 아저씨,
시내버스여행을 할때 시내버스를 몰고 전력질주 해주신 친절한 버스기사 아저씨,
석열이형과 한번 놀러오라고 해주신 추풍령역 역장님,
나의 고민을 들어주시고 상담을 해주신 맹교수님과 상담지기 류지영선생님,
졸업여행을 가자고 할때 거의 빠짐없이 참여해준 04전산과 친구들, (디지털 앨범은 미안해요..-ㅁ-)
나를 ed로 끝나지 않고 ing로 남게해준 ING,
피로써 나의 끈을 이어준 부모님,
그리고 내가 아는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한다.

Ps. 녘은 이걸 보고 나에게 이야기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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