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먹고 와서

사는 이야기 2007. 3. 22. 04:56
친구가 휴가 나와서 술을 마시고 왔다.
사실 어제 마시려고 했으나 숙제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못 나갔다.
그렇다고 오늘은 숙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2개나 있었다)
그렇다고 휴가 나온 친구를 보낼 수가 없었기에, 숙제를 머리에 담고 술을 마시러 갔다.

내가 도착할 때는 막창 집에서 1차가 끝나고 2차를 가려고 할 때였다.
당구를 치고 싶어하는 부류와 싫어하는 부류 2가지로 나뉘어서 갔는데,
나는 후자로 전민동에 있는 Bar인 About에 갔다.

사실, Bar만 생각하면 안 좋은 기억 뿐이다.
준화형이 첫 휴가를 나와서 갔었던 Bar는 완전히 술에 취해서 몇시간 동안 테이블에 매미마냥 붙어 있던 기억뿐이고,
시내버스 여행을 하면서 포항공대에서 갔던 Bar는 완전 까칠한 직원 덕분에 기분이 상해서 나왔다.
그리고 얼마전에 간 BaBaRa는 다음날 교수님 미팅 + 과외에 치여 맥주 마시듯 칵테일을 마시고 왔으니...-ㅁ-
그렇기에 About에 들어가기 전부터 무척 불안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 불안함은 여자 양궁 국가대표 마냥 정확히 표적에 꼳쳤다.


사실 술을 마시면 평소에 스스로가 만들었던 억압에서 벗어나기 마련이다.
요즘 머리 속으로 정리했던 생각들이 물에 빠진 설탕처럼 사르르 녹기 시작했다.
그리곤, '내가 하고 싶은데로 할까?'하는 생각들이 솟아올랐다.

그러나 내가 술에 의존하고 술에 조종 당하는 일이 생기면 안될 것이다.
술을 먹고 솟아오른 생각들을 다시 눌러 넣어버렸다.

세상이 나 혼자로 이루어진다면 내가 하고 싶은데로 사는 것이 최고의 삶의 방식일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자기 자신이듯이 다른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자기 자신일텐데,
어찌 내가 나만 생각하고 살아갈 수 있겠는가?

내가 지금 필요한 것은 시간과 여유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몇만광년이 걸리는 안드로메다까지 1초안에 갈 수는 없는 것이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여유롭게 한발짝, 한발짝씩 걷다보면 언젠가 목표에 도달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이 시간이 되도록 OR 숙제를 한문제 밖에 못 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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