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네

생각하기 2009. 1. 7. 13:39

놀이터에서 어떤 아이가 혼자 그네를 타고 있었어요.
지나가던 한 사람은 그네에 앉아 고민에 빠져있는 아이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졌답니다.
그는 그 아이에게 다가가 물었어요.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돌이 하고 있니?"
  "꿈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어요"
  "대통령, 의사, 과학자 이런 것들을 말이니?"
  "아니에요, 그건 꿈이 아니라 직업이잖아요. 전 크리스마스 소원 같이 꼭 하고 싶은 꿈 말이에요"
  "너의 꿈이 무엇인지 듣고 싶구나, 아저씨에게 말해줄 수 있겠니?"
아이는 잠시 고민에 빠졌어요.
  "저는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세계의 평화도 지키고 싶어요"
  "참 바쁘게 살아야겠구나.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려면"
  "아니에요, 전 놀이터에서 놀 정도로 한가해요"
  "그렇게 지내다보면 어른이 되었을 땐 너의 꿈은 사라지고 없어지지 않을까?"
  "사실 제 꿈은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그네를 타며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거에요"
  "다만 어른들은 그네를 타면서 즐거움을 느끼지는 못하는 것 같아서 고민이지만요"
문득 그는 그네타기를 좋아했던 자신이 떠올랐어요.
  "그건 아마 어른들은 그네 같은 것에 시시함을 느끼기 때문일거란다"
  "그렇지만 옆집 아저씨들은 이젠 저도 안가지고 노는 자동차를 사고는 무척 좋아하시던데요? 부릉부릉 소리를 내시면서"
  "키가 크는 것처럼 어른이 되면 좀 더 큰 장난감에 관심을 갖게 되지. 너희들이 지금은 무서워하는 바이킹도 나중에는 즐겁게 타게 될거야"
  "어른들을 만족시키려면 좀 더 큰 꿈을 생각해봐야겠어요. 여럿이 탈 수 있고 아파트 사이에 매달려 있는 그네 같은거면 분명 어른들도 좋아할거에요"
  "그런데 아저씨의 꿈은 뭐에요? 나보다 더 큰 장난감을 좋아하니 꿈도 나보다 훨씬 큰 꿈을 가지고 있을거 같아요"
그에게 꿈이라는 항목은 희망 직업을 적어 넣는 네모였다. 그리고 그 네모는 새까맣게 칠해진지 오래였다.
  "우리나라의 평화"
  "내 꿈은 세계평화인데 아저씨 꿈은 나보다 훨씬 작네요. 어른이 되면 모든 것이 다 커진다고 하셨잖아요"
  "물론, 어른들은 꿈도 희망도 욕심도 아이들보다 훨씬 크지"
  "그렇지만 아저씨 꿈은 제 꿈보다 작은데요?"
  "네가 어른이 되면 왜 더 큰 꿈인지 이해할 수 있을거야"
  "아저씨도 결국은 다른 어른들처럼 말하시네요, 크면 알게 될거라고"
  "나에게도 너처럼 그네를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듯이 너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어야 할거야. 너는 점점 더 많은 세상을 볼 수 있게 될테고 꿈도 그와 함께 커져가겠지만, 목표에 도달했을 땐 왜 그 꿈을 쫒았냐는 궁금증만 남게 될테니까. 그러니까 처음 그 꿈을 떠올린 어린 시절을 잃어버리면 안되, 부풀어오르다 결국엔 터져버리는 풍선이 아니라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너의 소중한 별로 만들고 싶다면"

아이는 그네에서 내려 타고 있던 그것을 힘껏 밀어던졌다.
어느 누구도 도달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높이 올라간 그네는 그대로 돌아 그네가 매달린 기둥에 한번 감켰다.
이제 그네는 어른이 타도 발이 땅에 닫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높아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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