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내가 있었네

Element 2010. 5. 2. 17:30


사용자 삽입 이미지고 김영갑 선생님의 사진


미술사에 고흐가 있었다면, 한국 사진사에는 김영갑이 있다.
고흐처럼 평생 그림 한점 밖에 못판것은 아니지만 그도 고흐처럼 가난했고 외로웠다.
말년이 되서 그의 사진을 인정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사진집을 내게 되었지만,
하늘은 그가 고흐처럼 되길 바랬다.

사진집이라고 생각하고 빌린 책이지만 읽다보니 사진집보다는 수필, 회고록에 가깝다고 말해야 할것이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제주도로 이사와 20년 넘게, 죽을 때까지 제주도에서 산 그의 글은
어떤 특정 시점이 아닌 그가 제주도에서 산 20년 중에 어느 날에 쓴 글을 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으면서도 이 글을 쓴 시점이 어느 때인지 몰라서 궁금할 때가 많았다.
어떤 장소에서 언제 찍었는지, 제목은 무엇인지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없는 그의 사진들처럼.

김영갑에게는 스님이나 신부님에게 느껴지는 경외감이 느껴진다.
그 사람의 일생에 대한 놀라움도 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나는 그 사람처럼 절제된 삶을 살 수 없다는 경허함을 느낄 수 있다.
밥은 안 먹어도 필름을 사고 굶을 때도 안했던 막노동을 사진을 찍기 위해 했던 사람.
그는 사진만을 위해 숨을 쉬었고 사진만을 생각해왔다.
그리고 그런 그 삶의 자취는 그가 남긴 30만장의 필름과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으로 남겨져 있다.


제주도에 가면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을 2년 전에 가본 적이 있었다.
가족여행으로 제주도에 왔다가 부모님에게 말씀 드려 갤러리를 찾았었는데,
고 김영갑 선생님에 대해 아무런 사전 지식도 없이 사진을 구경하게 된 부모님이었지만,
사진에 대해 무척 감동을 받으신 것 같았다. "사진책 하나 살까" 말씀하실 정도로.

혹시 제주도에 가시는 분은 꼭 한번 두오악에 들리시길 추천한다..
사진에 아무런 설명도, 제목도 달지 않고 사진 그 자체로 감동을 주길 바랬던 고 김영갑 선생님의 뜻처럼,
그 분의 사진은 보신다면 분명 감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생에 최초로 입장권을 버리지 않고 고이 간직하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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