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타고 남부여행(3)

떠나기 2007. 3. 23. 12:52

   관촌이 읍이라서보니 버스정류장에 어르신 분들만 계셨다. 유치원에 입학한 이후부터 계속 학교에서 같은 나이 때의 사람들만 만나서 그런지 몰라도 외국에 나온 것과 같은 이질감이 들었다. 관촌에서 임실로 이동 (무번호, 8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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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전주에서 타고 온 752번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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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촌 버스터미널 모습



   내가 부산에 도착할 때 쯤에 부산 해운대에서 GX-10 시연회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새로 나온 GX-10도 만져볼 수 있고 무료로 1G SD메모리도 주기 때문에 무척 좋은 기회가 온 것이었는데 문제는 선착순으로 250명만 모집한다는 것이였다. 신청 페이지가 열리는 시각은 오후 22시, 나는 임실에서 밥을 먹고 PC방에 들어가 신청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일인가. 군시가지인데 터미널 근처에 음식점도 안보이고 PC방은 커녕 오락실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잘못하면 신청을 못하게 될 수 있는 상황이기에 서둘러 다음 행선지로 떠나기로 했다.
   정말이지, 임실군보다 안습인 곳도 없는 것 같다. 고속도로도 없고 인구도 없고 기간산업도 없고 인지도도 없다. 임실이라는 이름보다 임실치즈피자가 더 유명해보이기도 하다. 군의 모양도 이상하게 생겨서 여러모로 불편해보인다. 군내버스도 왜 이렇게 띄엄띄엄 다니는 것인지......;;;
   시외버스와 군내버스의 구분이 없는 터미널이었다. 임실로 가는 시외버스와 군내버스 둘 다 있었는데 군내버스를 기다리면 2시안으로 순창에 도착하지 못할거 같은 시간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시외버스를 타게 되었다. 이것이 나의 첫번째 시외버스 탑승이었다. 뒤에 가면 좀 많아요...-ㅁ- (시외버스, 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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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엄한 곳에 떨어져 있었던 임실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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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터미널인데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다.



   순창하면 생각나는게 순창 고추장이다. 장맛이 좋으면 음식도 좋다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지 순창에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한정식 집이 2개(새집, 민속집)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길도 모르고 인터넷에서 찾아본 약도로 가기에는 거리가 좀 되어보였기에 포기하였다 (앞에서 말한 GX-10 시연회 참가 신청은 성공했다). 사실 가장 큰 이유는 한정식집에서 1인분도 가능한지 의문이 강하게 들어서였지만.
   그래도 순창에 왔으니 장맛은 보아야겠다는 생각에 전국적으로 널리 깔린 김밥천국에 가서 제육덥밥을 시켰다. 역시 전국적에 깔려서 그런지 김밥천국에서 쓰는 고추장도 전국적이였나 보다. 전민동의 Starbucks인 나드리 김밥천국의 제육덥밥에 비해 맛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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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찍었더라...



   버스표를 사려고 터미널로 들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분께서 나를 부르셨다. 내가 어깨에 매고 있는 Pentax 카메라를 알아보시면서 카메라를 이것 저것 살펴보시면서 자신을 소개하셨다. 그 분은 순창에 살면서 30년간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대상도 9번이나 받았고 TV나 지역신문에도 몇번 실렸고 사진 정기지에도 몇번 사진을 올렸다고 한다. 그런데 계속 이야기를 들으면서 머리 속에 든 의문 하나가 계속 커져갔다. 분명, 예전에는 핫셀도 들고 다니고 그랬다고 하시는데 대체 왜 터미널 앞에서 오뎅을 팔고 계시는 것일까? 역시 예술은 배고픈 일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순창에서 담양으로 가는 군내버스가 없다고 한다. 아무래도 한쪽은 전라북도이고 한쪽은 전라남도인 도 경계이기에 그렇게 버스가 없는 것 같다. (시외버스, 1700원)

   담양하면 생각나는 것이 소쇄원과 세콰이어나무길이였다. 그런데 세콰이어나무길은 차 없이 가기에는 불편한 곳에 있었고, 소쇄원은 지역상으로는 담양인데 광주쪽에서 가기가 더 편하다고 하였다. 실제로 담양에서 소쇄원으로 가는 버스는 하루에 1대 밖에 없는데 광주에서 가는 버스는 시간마다 몇대씩 있었다. 그래서 담양을 떠나 바로 광주로 갔다. (313번, 1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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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에서 광주로 가는 313번 버스



   타고 있던 군내버스가 갑자기 고속도로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군내버스가 고속도로를 다닐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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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를 다닌다...-ㅁ-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 광주를 많이 와본 것 같다. 예전에 땅끝 + 완도를 갈때도 돌아갈때 거쳐갔으며 ING를 할때 입시설명회를 가면서도 몇번 갔으니 아마 대전, 공주 그리고 서울을 제외하고 대학생 때 가장 많이 가본 도시인 듯 싶다. 내가 내린 곳은 광주역 뒷편이었다. 매번 버스를 타고 왔기에 광주역은 처음이라 당황했다. 하지만 역 주변에 관광안내소가 있어서 광주 지도도 얻었고 내일 가기로 계획한 소쇄원으로 가는 버스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광주역에서 하행하는 열차가 없어서 그런지, 아니면 구도심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내가 가본 역사중에 가장 비중이 없어보이는 역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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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역 뒷편의 모습, 다음날 소쇄원으로 가는 버스를 여기서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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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의 방향을 돌려주는 장치 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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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역 앞에 있던 은행나무로 저기서 강아지 한마리를 만났는데 사진을 못찍었다. 좀 빨라서..-_-



   도시 도착하면 가장 먼저해야 할 것이 지리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전국지도뿐이기에 나는 지리를 파악하기 위해 매번 PC방을 최우선으로 들렸다. 그런데 어떻게 된게 광주역 근처에 PC방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해는 점점 져가고 배는 고파가는 나의 Navigation이 되어줄 PC방이 안보이는 것이다. 결국 한시간 정도를 걸어서 아세아 극장 근처에서 PC방을 찾아들어 갈 수 있었다.
   내 숙소가 되어줄 찜질방을 찾아보니 전남대 근처에 많이 있었다. 그래서 버스를 타고 전남대가 있는 북구청으로 갔다. (160번, 800원) 역시 대학가라 그런지 사람이 상당히 많았다. 그런데 나는 혼자 배낭을 지니고 여행하는 방낭자 아닌가? 삼삼오오 모여서 술마시고 고기를 굽고 있는 대학가에서 내가 들어갈만한 식당은 보이지 않았다. 고기를 구워먹고 싶었지만 혼자 구울수도 없는 노릇이고, 초밥을 먹고 싶지만 커플들이 가득 차있는 그곳을 혼자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쩔 수 없이 찜질방 근처에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마음을 바꾸고 택시에 올라탔다. (택시, 23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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