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타고 떠난 유럽여행 33일째

떠나기 2010. 7. 22. 13:30

자동차타고 떠난 유럽여행 서른세번째날 (2007/07/28)

오늘은 오스트리아 옜 소금광산 마을 중에 단연 으뜸이라는 할슈타트가 목적지이다. 짐을 다 챙기고는 체크아웃을 하려고 하는데 캠핑장 주인 아저씨가 짤쯔부르크 음악축제기간 중 오늘만 모든 공연이 무료라고 알려주었다. 하루만 일찍 말해주었어도 하루 더 있었을텐데 벌써 텐트를 다 걷고 짐정리를 한 후라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양말이 없다고 해서 빌린 양말.


할슈타트에 가는 길에는 작고 큰 호수들을 등지고 있는 예쁜 마을들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내가 운전을 하고 있어서 눈으로 보는 수 밖에 없었다. 할슈타트에 다가갈수록 먹구름이 하늘을 덮어갔다. 할슈타트의 아름다움은 계절, 시간, 장소가 절묘하게 맞아야 볼 수 있다는데 우리는 날씨부터 맞추질 못한 것이었다. 텐트를 치고 캠핑장에서 나와 소금광산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빗줄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금씩 떨어지더니 어느 순간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거세졌다. 텐트에서 나오면서 기욱이가 비가 안올거라고 예언 했는데 이번에도 정반대로 적중해버렸다 (곽펠레인듯). 우산은 두고 왔지만 다행이 카메라 보호용 지퍼백을 들고 와서 카메라는 보호 할 수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한국인 불륜 커플 적발 현장.

사용자 삽입 이미지비 졸라 많이 옴 ㄷㄷㄷㄷ

사용자 삽입 이미지근처 캠퍼. 빨래 널어놨는데 비옴 ㄷㄷ


어쩔 수 없이 차를 끌고 소금광산으로 가기로 했다. 사실 우리가 가는 곳이 소금광산인지 얼음동굴인지는 잘 몰랐지만, 편의상 그렇게 불렀다. 걸어가면 될 줄 알았던 소금광산이 생각보다 멀었다. 아니, 걸어서는 도저히 갈 수 없을 정도로 멀고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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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를 타야 하고 가이드투어를 받아야 했기에 입장료는 어느 정도 되었다. 그래도 할슈타트에서 이것을 안보면 정말 한게 없을 것 같아 올라가기로 했다. 케이블카를 정상에 도착하고 나서야 우리가 온 곳이 얼굴동굴이라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이 때부터 비극이 시작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얼음동굴로 올라가는 케이블카.

사용자 삽입 이미지뭔가 오묘함.


혹시 추울까봐 후드를 하나 더 입고 하의는 입던대로 반바지에 쪼리를 신고 올라왔는데 산 정상에 도착하니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가야하는 동굴은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는 곳에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비를 맞으면 산 정상으로 향했다. 드디어 도착한 동굴입구. 가이드 투어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은 우리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백인이니 피부색은 다를테고 가장 큰 차이는 복장에 있었다.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있는 우리와는 달리 등산화에 긴바지에 심지어 겨울용 점퍼까지 입고 있었다. 동굴에서 스물스물 흘러나오는 한기를 느끼고는 확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지금 "얼음동굴" 입장을 앞두고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지옥문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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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 투어를 진행하는 가이드가 나오더니 내 복장을 보며 걱정을 했다. 그러면서 영하 0~3도 정도라며 충분히 버텨낼 수 있다며(?) 위로되지 않는 위로를 해주었다. 동굴문이 열리고 탐험이 시작되었다.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 수록 추위가 다리를 타고 올라왔다. 쪼리를 신은 발은 점점 빨개지고 가이드는 점점 더 깊은 곳으로 우리를 인도했다. 투어 시간은 총 50분. 입장권을 살때는 분명히 영어로 설명을 해준다고 하였지만 80:20 법칙 마냥 설명의 80%는 80%정도 되는 오스트리아인들을 위한 독일어 설명과 그리고 나머지 20%만 영어로 설명을 해주었다. 뭐, 영어로 100% 해준다고 해도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너무 추워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내 사진은 없으니...막올림...-ㅁ-

사용자 삽입 이미지추워서 플래쉬 터뜨리며 발을 녹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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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가 계속 내려가더니 결국 얼음이 등장했다. 여느때 같은 여름이라면 얼음을 만지며 좋아했겠지만, 비가 오는 바깥 날씨보다 추운 얼음을 보고 기뻐할리 만무했다. 천장에서 얼음물이 가끔씩 떨어지는데 잘못하다가 발에 맞으면 죽을 것 같았다. 몇십m나 된다는 얼음 고드름, 몇십m라는 대형얼음, 프리즘처럼 다양하게 빛을 산란하는 얼음까지 정말 다양한 얼음들이 내 발에 존재하는 다양한 감각들을 얼려버렸다. 동동동 뛰어보아도, 플래쉬를 발에 터뜨려 추위를 이겨보려해도 세계유네스코 등쟁에 빛나는 할슈타트의 얼음동굴을 이길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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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살아남은 우리의 발들


아름다움은 사진으로 담아지지 않았고 추위는 달아나지 않았다. 기나긴 투어를 끝내고 동굴 밖으로 나오자 전에 오던 비가 더 강하게 내리고 있었다. 추위에서 탈출하니 이제는 비가 나를 반기고 있던 것이다. 입고 있던 후드티를 벗어 카메라를 가리고 비 내리는 산길을 뛰어 내려갔다. 꽤나 비싼 돈을 주고 올라왔지만 결국 준비소홀과 날씨 때문에 망치고 말았다. 날씨라도 좋아서 할슈타트라도 잘보이면 좋을 텐데 이놈의 날씨 때문에 ㅠㅠ.


사용자 삽입 이미지다행이 돌아올 때는 비가 줄었다.


할슈타트 캠핑장에는 다른 한국인 캠퍼들이 2팀이었다. 그분들에게 프라하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홍삼캔디를 들고 찾아갔다. 첫번째 캠프는 남자 3명이서 온 일행이었다. 우리 텐트가 몹시 허름해보였는지 여행을 많이 했냐고 물어보았다. 그러나 알고 보니 서로 똑같이 30일정도 여행중이었다. 프라하에서 민박 좋은 것 없냐고 물어보았는데 민박에서 잘 생각을 아예 안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남자 3명이서 그런지 굉장히 빡쌔게 여행을 하고 있어 보였지만 나름 재미있게 여행을 하는 듯 보였다. 하루는 시골에서 잔다고 하였는데 잘하면 프라하에서 뵙게 될지도 모르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잘보면 추워서 히트 위에 두발을.


두번째 캠프는 가족끼리 온 사람들이었다. 푸조 807이라는 차를 타고 있었는데 버스도 아닌 승용차가 자동문을 가지고 있었다. 이분들은 굴러라 유럽에 나온대로, 프라하는 물가가 비싸니 캠핑을 하고 그 외의 지역은 펜션을 이용하라고 알려주었다. 돈을 어느 정도 벌어서 그런지 캠핑 장비가 우리와는 많이 달랐다. 세라믹 냄비에 범상치 않은 핫플레이트까지 가난한 우리 텐트와는 사뭇 달랐다.
굴러라 유럽에 나온 추천 루트의 영향 때문인지 단 한팀을 제외하고 캠핑장에서 본 한국인 자동차여행객들은 우리와 비슷한 루트로 여행을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 사람들을 만나도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결국 Zero...
맥주 안주거리로 소세지를 사러 갔는데 캠핑장 주인이 주변에서 마을 축제를 하고 있다고 하여 그곳에 갔다. 작은 마을이지만 축제는 성대했다. 마을 사람의 대부분이 나와서 그런지 좌석은 가득 차 있었고 젊은이들이 음식을 만들어 활기차 보였다. 그곳 종업원이 추천해준 이상한 빵음식과 소세지를 사가지고 갔다. 소세지는 맛있었고 종업원이 추천해준 빵은 딱딱하면서도 이상한 맛이 났다. 할슈타트의 아름다움을 느끼러 왔는데 추위만 느끼고 있다.



저기 가서 이걸 해봤어야 했는데 ㅠㅠ

 

오늘 거쳐간 도시들 : 할슈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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