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줄 놓은 나라

Acropolis 2008. 11. 25. 19:42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반대여론이 거세지자 어느 순간 민영화는 안하고 대신에 공기업 선진화를 한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공기업 민영화와 내용이 거의 똑같아 이름만 바꾼 꼴이었지만 정부에서는 민영화는 아니라며 불만을 토로했었다. 그리고 바로 어제, 갑작스럽게 산업은행 민영화 시기를 늦춘다는 기사가 등장한다.

   민영화는 없어졌는데 민영화를 늦춰야 한다니 이거 무슨 소리인가? 오묘한 충격요법에 한동안 사람들은 대략 멍해졌다. 그리고 오늘, 정부에서 산업은행 민영화 법안을 의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또 다시 정신이 멍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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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에 대한 대책은 번호 정해서 찍는 식이다. 전세계적인 경제위기와 신자유주의의 실패에 대한 증거들이 나오는 상황에서도 작년 연말에 내놓은 공약들을 불도저식으로 실천하려 한다. 미국을 포함해서 대부분의 나라들이 신자유주의에 대한 회의와 반성의 결과로 보호무역으로 가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만은 신자유주의의 선봉장으로 끝까지 남겠다는 이야기만 계속 말하고 있다.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혼자 회장이 되서 학급 회의를 진행하겠다는 식인데, 그렇게 회장이 되고 싶었던 것일까.

   현재의 문제는 소비주체의 위기가 문제점이다. 비록 미국에서 발생된 서브프라임이 그 시발점이었다 하더라도 우리나라 경제의 불안함은 바로 소비의 주체인 개인에 있다. 부동산에 거품이 생겨서 힘들어지는 것은 개인이고 유난히 많은 가게부채의 채무자도 개인이다. 세계 제일의 경제 대국이지만 지난 30년간 단 한해도 국민실질소득은 늘지 않는 미국처럼, 지난 10년간이 가져온 어두움은 우리나라에서 경제의 핵이라고 받아들여지는 기업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개인)에게 있다.

   기업은 자본과 생산의 주체이고 개인은 일을 통해 얻은 돈으로 소비를 하는 소비의 주체이다. 우리가 부족한 것은 자본과 생산이 아니라 오히려 소비를 해줘야 하는 개인들이 가난해 지는것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난 1년간 추진해온 정책들은 기업들(특히 대기업)의 부담을 줄여줘서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이야기 뿐이었다. 지금도 대기업들은 300조원이 넘는 유보금(기사1, 기사2)이 있지만 소비가 부족해서 투자를 망설이고 있는 형국이다. 결국 그들에게 가져다준 법인세와 기업세 감세 혜택은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도움도 되지 않는 기업 유보금만 늘려준 샘인 것이다.


   철학자들이 생각하는 국가관과는 상관없이 일치된 한가지 의견은 국가는 개인이 갖는 위험과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등장했다 라는 것이다. 즉, 국민을 포기한 국가는 자신의 존재의미를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습을 보면, 대한민국은 5000년전 (주)단군왕검에서 출발해 수 많은 증자와 주가 상승으로 발전한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나는 (주)단군왕검의 주식 한 주 가지지 못한 일개 사원에 불과할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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