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장

사는 이야기 2008. 9. 5. 11:03
   나는 종이 한장을 들고 맏바람을 받아서 몇M를 올라갈 수 있었다. 바람에 맞춰서 종이를 45도 정도로 교묘하게 조정해주면 나는 하늘로 떠오를 수 있었다. 사람들은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신기해했고 나도 그들에게 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자칫 바람이 멈추면 떨어져서 죽을지도 모르는 곳까지 올라가곤 했다. 예전에 살던 아파트 단지에서 나는 어디든지 갈 수 있었다. 심지어 6층 옥상까지도.
   추석 특집인가? 우리 가족과 큰 아버지네 가족들은 편을 둘로 나누어서 게임을 했다. 그 게임이라는 것은 물위에 반환점을 정해놓고 뒤로 걷기를 이용해서 먼저 돌아오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었다. 나는 맨 마지막 주자였고 나의 상대는 내 동생이었다. 반환점을 돌때까지는 내가 월등히 앞서 있었다. 동생은 반환점을 돈 후 뒤로 걷기를 잊고는 앞으로 내달렸다. 거리차이가 많았다고 해도 앞으로 달리는 순간 나와의 차이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결국 나는 경기에서 졌다.
   동생은 반칙을 했지만 아무도 그것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았다. 나는 그 사실에 화가 났다. 분명 정당해야 할 경기에서 반칙이 일어났고 그 때문에 승부의 결과가 바뀌었지만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 만약 내가 반칙을 했다면 원래보다는 더 빠르게 달렸을 것이고 분명 내가 가지고 있던 리드를 지켰을 것이다. 나는 억울함을 느꼈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났다.
   무의식적으로 폰에 손이 갔다. 현재 시간은 10:03분. 아침 9시에 수업이 있었기에 룸메이트가 술 마시러가자는 것도 거절하고는 일찍 잤는데 10:03분이다. '아침에 맞춘 알람 2개는 누가 먹었을 까?' 고민하던 찰라에 내가 큰 위기에 처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잡혀가지 않을 정도로 옷을 걸친채 강의실로 달렸다.
   교수님께서는 숙제 딜레이를 받지 않으셨다. 어제 열심히 한 숙제가 늦잠 하나 때문에 날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 코스를 ADD하였기에 첫번째 숙제도 못냈던 상황이었다. 여기에 결석까지 추가되면 정말 좌절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다행히 수업은 아직 진행 중이었다. 그리고 그 수업은 내가 교실에 들어간지 3분후에 끝이 났다. 숙제는 내고 인자한 성품을 가지신 교수님 덕분에 지각처리가 되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이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아, 막장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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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를 잡다

사는 이야기 2008. 5. 1.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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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소스가 떨어진 Signals&Systems 숙제와 사투 중이었다.
보아하니, 공부도 해야하고 숙제도 풀려면 오늘 내로는 도저히 답이 나올거 같지 않았다.
어차피 새벽에 챔피언스리그도 있거니와(무슨 상관이지;;) 배도 고프니 야식을 시켜먹기로 작정했다.

룸메는 내가 방에 들어온 8시부터 지금까지 방에 모습을 나타나지 않았다.
문자를 보내도 답이 없어, 도서관에 있거나 술을 마시거나 집에 갔을 거라고 추측을 해본다.
룸메도 없고 기숙사에 아는 사람은 룸메 밖에 없으니, 결국 혼자 야식을 먹어야 했다.

지갑에서 찾은 돈은 단돈 4000원.
내가 먹으려고 하는 피자의 가격은 7000원이었다.
부족한 돈은 3000원을 찾기 위해 룸메 책상에 있는 음료수용 동전함을 뒤졌다.
거기에 있는 돈은 10짜리까지 다 합쳐서 3000원을 겨우 만들 수 있는 정도였다.

이걸 모아서 피자 값으로 내려고 생각하니 2가지 걱정이 떠올랐다.
첫번째는 10원짜리까지 모아서 줘야하기 때문에 배달하는 아저씨에게 미안함이었고,
두번째는 내가 룸메에게 말하기 전에 동전함을 보게 된다면, 10원짜리 몇개밖에 안 남아있는 모습에 크게 실망거라는 가정이었다.
나는 다른 방법을 찾기로 했다.
돈보다는 식용이 앞서 피자 주문을 벌써 했기에 서둘러야 했다.

사실 기숙사에 아는 사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근처에 많지는 않지만, 몇몇 아는 후배들이 있었다.
그러나, 별로 친하지 않은 선배로써, 갑자기 방에 찾아와 야식을 사주는 것도 아닌 야식을 위해 돈을 빌리는 것은 좋아보이지 않았다.
더군다나 몇시간 전에 김건강후배가 찾아와 배가 고프다고 하소연했으나 내 지갑 속 돈을 보고 돌려보냈었다.
이런 마당에 후배에게 3000원을 기댈 수 없었다.
한참의 고민 끝에 내 책상 위에 있는 돼지 저금통을 잡기로 했다.


사실, 이 저금통은 얼마 후, 다른 저금통과 함께 동시에 뜯어질 운명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모은 다른 저금통과 함께 뜯어, 일일이 동전의 갯수를 세고 이 돈을 새 통장에 넣으려고 했다.
저금통에 돈을 모으게 된 이유는
돈을 모아서 여자친구에게 선물을 사주거나 여행을 가는데 쓰려는 용도였으나
대학교 1학년 때 저금통은 쉽게 다 채웠지만, 여자친구가 안 생겨서 아직까지 저금통을 못 열고 있었다.
혹시 1개로는 정성이 부족해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에, 지난 1월 새 저금통을 사서 3개월만에 가득 채웠으나 새로운 일을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튼, 3000원을 찾아 이곳저곳을 헤맨 끝에 그리고 눈물 끝에 돼지를 잡았다.
생각보다 500원짜리의 비중이 적어 결국 돼지 속에서 대부분의 돈을 들어내고 말았다.
그렇게 내 아끼던 돼지를 열어 3000원을 얻어냈고 나는 피자 한판 했다.

그러나
돼지 저금통에서 500원짜리 6개를 꺼냈음에도 불구하고 돼지저금통 안으로 모든 돈이 담아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내 기억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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