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진을 보는 눈

Element 2009. 1. 5. 12:35

   결정적 순간을 이야기한 카르티에 브레송, "만약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건 충분히 가까이에서 찍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던 로버트 카파. 사람들이 좋아하고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은 모두 근대사진작가들이다. 왜곡이나 조작없이 있는 모습을 그대로 담는다는 다큐멘터리적 리얼리즘을 존중했던 사진가들, 우리는 그들은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사진을 남겨주었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현대사진은 피카소 이후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를 포기해버린 현대예술과 같은 존재가 되어 외면을 받았다.
   나는 사진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이고 싶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내가 이상으로 생각하던 다큐멘터리 사진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찍을 수는 있어서 현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 할 순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 또 다른 이유였다. 왜 사진가들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쉽게 이해하는 사진을 버리고 현대사진으로 가게 된 것일까? 그에 대한 해답이 바로 이 책 안에 있었다.

   책은 두껍지 않은데 내용은 쉽지 않았다. 현대 사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대 예술이 왜 추상성과 오브제화 되었는지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했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은 독자들도 이해 시키기 위해서 다양하고 많은 설명을 넣는 방식을 채웠다. 최대한 상세하게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기에 소설처럼 술술 읽히는 책이 될 수 없었다. (덕분에 책을 한 3~4개월동안 읽은 듯 하다 -ㅁ-).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사진들은 앞에서 설명한 내용을 직접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보조자료였고 한편으로는 새로운 사진에 대한 영감을 얻는 계기 되었다.
   유일한 단점은 Chapter 14에서 나온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였다. 초판이 1988년에 나온거라 그런지는 몰라도 (읽고 있는 건 2003년 개정판) AIDS -> 동성애자 -> 병리적&퇴폐적 현상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설명에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전까지는 개방성과 포횽력을 말하면서 현대사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범위와 한계가 없는 예술을 이해하고 그걸 포횽해야 한다고 말해왔던 저자가 갑자기 동성애자를 AIDS의 화신이자 퇴폐성의 상징으로 말하는 것이다. 사실 동성애자가 AIDS를 만들었다는 낭설이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있긴 하지만 사실 이성애자의 AIDS비율이 동성애자의 AIDS비율에 비해 훨씬 높다는 것은 벌써 통계적으로 나온 결과이다. 병이 아닌 신체적 차이인 동성애를 저렇게 말하는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미학 오디세이를 읽으면서 이어지는 내용이지만 사진에서도 있는 현실을 그대로 찍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결국에는 사진이라는 도구를 통해서 작가의 생각이나 주장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 중에 사랑노래가 많은 것이 그 마음을 '사랑'이라는 단어 하나로 표현 할 수 없어서 인것처럼, 사진을 찍는 사람도 사진을 찍는 목적인 대상이 아닌 자신의 생각이나 마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래서 난 무엇을 찍고 무엇을 표현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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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

Element 2008. 3. 9. 13:57
이 책을 사게 된 것도 벌써 3년전 일이다.
2005년 여름, 부산입시설명회겸, ING MT가 부산에서 있었다.
MT가 끝난 다음날, 나는 부산에 있는 낙타양과의 사실상 첫만남이 있었다.
부산 구경을 시켜달라고 부탁을 해서, 용두산 공원도 가고, 부산역사박물관(?)도 구경가고 그랬다.
그러던 중, 내가 중고책 파는데를 가고 싶다고 해서 그 쪽으로 갔고 거기서 고른 1권의 책이 이 책이다.

의견이 분분할 수 있으나, 내 알량한 기억에 의하면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딱 하나였다.
다른 책들보다 훨씬 깨끗해서 새 책 같다는 이유였다.
그럴만도 한 것이, 2001년도 말에 나온 책이니, 사실상 4년밖에 안된 책이었다.
그랬던 책이 내가 이 책을 다 읽은 시점인 지금은 2008년이나 되어버렸다. ㅠ_ㅠ

부산에서 대전까지 무궁화호를 타고 오는데 식당칸에 가보고 싶어 일부러 1시간이나 더 기달려 열차를 탔다.
밥을 먹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4시간 반동안 나와 함께 해준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내가 잘 모르는 호주에 대한 이야기, 그것도 호주의 남쪽에 있는 섬인 태즈메이니아의 예찬이 담겨있는 책이었다.
그 때의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책의 반은 3년전에 나머지 반은 몇일전에 읽었다)
다만 태즈메이니아라는 곳이 나중에 가서 살고 싶은 곳으로 뇌리에 남았다. (사실 그걸로 충분하다)

책의 저자는 동유럽 사람인 토니와 결혼한 한국인 여자 사진가이다.
그녀는 젊었을 때부터 여행을 꽤나 좋아했던지, 인도, 태국, 유럽 등등 여러 곳을 여행다녔고,
지금의 남편인 토니도 유럽 여행 중 만나게 되어 결혼까지 하게 된 사이였다.
이런 자유로움 때문인지 그녀도 그녀의 남편 토니도 참으로 자유로운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같았다.

다른 여행기나 안내서적처럼 우리가 모두 알법한 화려한 관광물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9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조급하게 보내지 않고 여유롭게 생활하며 여행을 하였기에 그런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그리고 그것이 호주여행이 주는 매력인듯 싶다.
사람하나 못보고 하루를 종일 달려야 다음 마을에 도착할 수 있는 아웃백(호주의 사막지역을 이렇게 부른단다)을 여행하면서 잃어버렸던 생활의 여유를 찾는다.
그래서인가? 9개월간 호주여행을 하던 그들은 그렇게 예찬하던 태즈메이니아에 있는 작은 섬들 중에 하나에 정착했다.

싱가포르만한 곳에 500명밖에 안사는 한가한 곳이라고 한다.
해가 뜨면, 파자마를 입고 해변으로 나가 기지개를 하고, 점심으로 먹을 조개를 줍고 테즈는 잠수해서 굴을 따고
마당에서는 토마토, 고추, 상추, 양배추 등의 채소를 키우고, 집안에는 작은 사우나가 있어서 사우나도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그들의 집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어, 나중에 일 안하고 평생 놀면서 여행을 다니길 원한다.
그렇게 꿈을 꾸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정작 그 날이 언제 올지는 장담하지 못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냥 하고 싶은 일을 지금부터 하면서 즐겁게 살아가면 안되는 것일까?


멕시코의 한가한 해안가. 부두에 막 도착한 어부의 작은 배안에 몇마리의 싱싱한 물고기가 보인다. 마침 그곳에 있던 미국인 은행가는 어부에게 싱싱한 생선에 대해 칭찬을 하고 그것을 잡는데 얼마나 걸리냐고 묻는다.
"얼마 안걸려요"
멕시코 어부가 대답한다.
"그럼 조금 더 오래 머물면서 더 많은 생선을 잡지 그래요?"
멕시코 어부는 그것이면 가족에게 필요한 충분한 양이라고 대답한다.
"그럼 남은 시간에는 뭘 하시오?"
"늦게까지 잠자고, 가끔 낚시하고, 우리 아이들과 놀고, 집사람 마리아와 시에스타(낮잠)들고, 매일 저녁 동네 나가 와인 마시고, 친구들과 기타 치지요."
미국인은 조소를 띠며 말한다.
"이거 보시오. 나는 하버드 MBA. 당신을 도울 수 있소. 조금 더 오래 낚시를 하고 그리고 나서 어선을 사는 거요. 그렇게 해서 생긴 이익으로 다시 몇 척의 어선을 구입하고, 그러다 보면 마침내 대형어선을 가지게 될 것이오. 그러면 중간 거래를 통하지 않고 가공업자에게 직접 판매를 할 수 있고, 마침내 당신 자신의 통조림 공장을 오픈할 수 있고, 그러면 당신은 제품과 과정, 분배 전부를 직접 조정할 수 있게 되지요. 당신은 어쩌면 이 작은 시골을 떠나 멕시코로 그리고 로스앤젤레스로 그리고 마침내 뉴욕으로, 당신이 확장하는 엠파이어를 경열할.....".
조용히 듣고 있던 어부가 묻는다.
"그렇게 되려면 얼마나 걸리는데요?"
"15~20년쯤."
"그리고 나서는?"
미국인은 커다란 미소를 띠면서,
"바로 그때, 적절한 때를 잡아 공고해 회사의 주식을 팔아 굉장한 부자가 되는 거요. 백만장자가 되는 것이란 말이요."
"그러면 당신은 은퇴할 수 있지요. 작은 해안가에 이사해 늦게까지 잠잘 수도 있고, 낚시를 하고, 아이들과 놀고, 집사람과 낮잠을 자고, 동네에 나가 와인을 마시고 친구들과 기타를 연주할 수 있지요"

- 버스에서 읽은 짧은 글
(이브가 on the road의 지은이 현주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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