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이 들려주는 패러독스 이야기

Element 2008. 7. 1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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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에 재미있게 본 다큐멘터리 중에 Absolute zero라는 켈빈 0도에 다가가는 과학의 역사를 보여주는 다큐가 있었다. 중간 중간에 한국인 교수가 나와서 역사적 상황을 영어로 설명해주었다. (* 참고로 다큐멘터리는 영국의 공영방송 BBC에서 제작된 작품이다). 영국 방송에 한국인이 나와 설명을 하는 모습이 멋졌다. 더군나 이름도 나와 성이 같은 장하석이었다.
   무슨 국경일처럼 기억되버린 7월 11일, 잊어버렸으면 좋을텐데(농) 잊어지지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선물을 준비해야 했다. 책이나 한권 사줘야겠다고 마음을 먹던 중, 작년 TV 책을 말하다에서 선정한 올해의 도서들이 생각나 경제 부분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라는 책을 고르기로 마음을 먹었다. 장하준이라는 분이 쓴 책이었는데, 이상하게 옮긴이가 따로 있었다. 찾아보니 원서는 영어로 나온 'Bad Samaritans'이라는 이름의 책이었다. 이 분은 캠브리지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계셨다.
   장하석 그리고 장하준, 뭔가 이상한 낌새가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두 명은 형제였다. 더군다나 집안이 장난이 아니였다. 현대사회에서 말하는 대단한 집안(집안은 재벌이고 사돈은 재벌총수 혹은 국회의원인 인맥이 대단한)이 아닌 과거 시대부터 입으로 입으로 전해져오던 형태의 대단한 집안이다. 할아버지는 임시정부 외무장관에 그 아래 4명의 형제들은 모두 독립운동을 한 독립투사들이고 아버지는 3선 국회의원 그리고 장하준, 장하석 형제는 각 분야에서 인정 받는 학자들이다. 두 분 다 만 27세에 영국에서 교수가 되신 간지남들이다.

   관련 기사를 보던 도중 재미있는 내용을 발견했다. 두 분 다 어린시절부터 도서관에 살면서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한다. 한번은 아버지가 아들들이 얼마나 책을 읽는지 확인을 해보았는데 한시간에 250페이지씩을 읽었고 테스트를 해보니 내용도 다 기억하고 있었다고 한다. 한시간에 250페이지를 읽으려면 대략 15초에 한 페이지를 읽어야 한다. 물론, 중학교 때의 이야기이니 글씨가 빼곡히 써인 책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15초에 한페이지를 읽기란 굉장히 힘든일이다. 나는 얼마나 읽을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 직접 테스트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학교 도서관에는 어린이 서적이 없기에 어린이 서적이 있는 시립도서관으로 찾아가야 했다. 마침 올해 둔산에 새로 개관한 도서관이 750노선 근처에 있어서 쉽게 도서관에 갈 수 있었고 그 곳에서 이 글의 제목인 "러셀이 들려주는 패러독스 이야기"를 들고는 테스트에 들어갔다. 책의 페이지는 130여쪽 이었다. 250페이지를 1시간만에 읽는다고 했으니 내가 그 분들과 속도가 같다면 30분내외로 이 책을 완독해야 한다. 시간은 핸드폰에 있는 스톱왓치로 측정했다.

   책이 비록 어린이 도서실에 있었지만 쉬운 내용은 결코 아니었다. 집합론으로부터 시작되서 나중에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관한 이야기까지 나온다. 오토마타를 수강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집합이 주가 되는 초, 중반 부분은 수월하게 읽어 나갔다. 더군다나 상당수의 이야기는 철학시간 또는 각종 정보들을 통해 한번쯤은 들어본 이야기였기에 속독에 무리가 없었다. 그렇게 최대한 130페이지를 다 읽은 후, 쳐다본 타임워치의 시간은 1시간 5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무리였다. 한시간에 250페이지를 읽으려면 15초에 한페이지씩, 1초에 한줄 이상의 문장을 읽고 이해해야 했다. 탐정 만화 같은 경우, 1시간도 넘게 걸리는 나에겐 비록 청소년용 도서도 그렇게 빨리 읽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판타지 마스터인 동생이라면 1시간에 200페이지 정도는 읽을 수 있을거 같다.
   생각해보니, 동생의 졸업선물이 늦어져서 대학교 입학선물이 되었는데 그것도 늦어져서 생일 선물로 준다고 한 선물이 아직까지 업체측에 연락이 없어 결국 못주고 말았다. 2월의 세트상품이었는데 3월에 전화를 했을 땐 아직도 대기중이라고 하였고 지금은 아예 연락이 없다. 곧 있으면 계절학기를 마치고 돌아올 동생에게 책이나 몇권 선물을 해야겠다. 삶의 기준이 될만한 좋은 책들을.

ps. 글의 제목과 짤방은 본문과는 별 상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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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이란 무엇인가 - 에르네스트 르낭

Element 2008. 3. 5. 20:07
   사회주의가 붕괴한 이래로 세계는 지금 민족 간의 분쟁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 그런데 과연 순수한 단일 민족이라는 것이 가능한가. 근대국가의 성립 이후 민족이라는 개념이 인류의 역사에 발을 붙이면서 시작된 민족 간의 갈등은, 인류에게 수많은 갈등과 오해와 아픔을 던져주었다. 심지어 민족이라는 이름하에 다른 민족을 대량학살하는 비극적인 만행이 자행되기도 했다. 이러한 불행을 야기하는 민족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에르네스트 르낭은 민족은 인종에서 유래하는 것도, 언어로 구분되는 것도, 종교로 결속되는 것도, 그리고 국경선으로 규정지을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민족이란 언제든지 새로 생겨날 수 있으며, 언젠가는 종말을 고하게 되는 개념일 뿐임을 강조한다. 그래서 르낭은 민족보다는 인간 자체를 생각하자고 주장한다. 민족이 아닌 인간을 먼저 생각하자는 르낭의 주장은 서로 경계 긋기에 몰두하고 있는 우리의 편향된 의식에 경종을 울린다.
- 민족이란 무엇인가, 표지글 -


   이 책은 무려 1년하고 6개월전,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면서 읽을 책을 찾다가 고른 책이다. 르낭의 2가지의 글이 실려있다. '프랑스와 독일의 전쟁'과 책의 메인 타이틀인 '민족이라는 무엇인가'. 프랑스와 독일의 전쟁에서는 독일을 통일시킨 프로이센과 독일이 될 프로이센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처음에, 독일에 대한 찬양을 보고는 르낭이 독일 사람일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그는 프랑스 사람이었다. 프로이센 이전의 독일이 이룩한 뛰어나 업적들, 특히 그는 괴테를 무척이나 좋아한 것 같다.(하긴 전설이신데...)
   '민족이란 무엇인가'에서는 민족이라는 것에 대해 논한다. 사람들이 말하는 인종도, 종교도, 강과 산으로 경계가 되어진 영토도 민족을 규정짓지 못한다고 말한다. 민족이라는 것은 과거의 공통적인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는 결속된 집단이라고 말한다. 특히 과거의 슬픔을 공유하고 생각할 때, 공통의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민족은 더욱더 곤고해진다고 한다. 사람들이 어떤 민족에 속하느냐 안속하느냐는 전적으로 그 사람들의 의견에 의해서 결정된다. 일본어밖에 못쓴느 제2세대, 제3세대 제일교포라고 해도 그가 우리 민족이라고 생각하면 우리민족이다. 마찬가지로, 외국에서 귀화한 사람들이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자신의 것으로 여기서 생각한다면 그들 역시 우리의 민족인 것이다.

   얼마 전, 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한 기사에 달린 리플을 보고 깜짝 놀란적이 있다. 나는 외국인노동자들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 크게 문제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단일민족을 중시하는 우리사회에 다문화주의를 가져다주는 좋은 계기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비록 불법외국인노동자라도 강제로 출국시키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에 좋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문제는 간단하지 않았다.
   외국인노동자들의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한 인식이 무척 안좋았다. 절도사건은 물론이고 여학생들의 성폭행한 사건이며, 살인사건까지 그 사람들이 싫어할 수 밖에 없는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외국인노동자들을 강력하게 추방하는 것을 지지하는 카페도 생겼고 그것도 꽤나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카페가 생기고 저런 일들을 알리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알려야 하는 이야기이니). 그러나, 내가 걱정하는 것은 이런 일들이 오히려, 인종주의적인 우리사회를 더욱 더 인종주의적으로 만들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외국인노동자들에 의한 범죄가 일어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한 인권탄압도 일어나고 있다. 외국인노동자가 건물 13층에서 조사를 받다가 창문 밑으로 뛰어내린 것은 그들에 대한 우리사회의 시선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이야기일 것이다. 백인들에게는 고개를 숙이고, 흑인이나 다른 황인들에게는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동북아의 중심으로, 더 나아가 아시아의 중심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우리는 어려서부터, 한민족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한민족이라는 말이 그 만큼 중요한 이유는 그 말을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한단어로 표현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 한민족에 속한 다는 것에는 인종도, 종교도 중요하지 않다. 단지 공통된 역사와 문화라는 공통분모만 있을 뿐이다.
   다들 발해라는 국가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비록, 그 나라에 살던 80%는 고려인이 아닌, 거란족이거나 말갈족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 역시 발해에 살던 발해인으로, 우리의 역사로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 역사는 우리의 가장 화려한 역사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동북아의 중심이되고 아시아의 리더가 되겠다는 지금, 발해를 본 받아야 할때가 아닐까?


ps. 3년째 읽고 있는 책이 있는데, 곧 다 읽고 리뷰를 올릴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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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세계로

사는 이야기 2008. 2. 20. 15:27

이상하게 바쁘던 인턴쉽이 끝나고 학교에 돌아오니 한가해져 책을 다시 집을 수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친구들과 밥을 어디로 먹으러갈까? 신입생은 누가 들어왔을까? 하며 흥미를 가졌겠지만,
이제는 그럴 친구도 없고 신입생이 누구든 관심을 가질 수 없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덕분에 개인시간이 많아져서 책을 읽고 공부하는데 많은 투자를 할 수 있게 됐다.

매달 2권씩 사주는 도서관이 있기에 보고 싶은 책이 쌓여 있기에 기분이 좋다.
지난 두달간 책을 거의 읽지 못하고 매일 형일이와 종기와 놀아 입에 종기가 날 정도였다.
그래서 큰맘 먹고 20세기말 그리고 21세기초 세계 최고의 작품이라 칭송 받는 소설을 집었다.
그 작품은 바로 '해리포터와 불사조의 기사단'.......

중학교 3학년 때 '해리포터와 불의 잔'을 읽은 이후, 7년 만에 다시 만나는 작품이다.
그래서 기억이 잘 안난다......
한가지 무서운 이야기를 하자면, 이 작품에서 해리포터는 5학년이고 나도 5학년이다. (....휴학 덕분에)
초반부분 해리포터는 집에서 혼자 놀고 있고 나는 내 룸메 영락이가 ETRI인턴이 안끝나서 학기초 혼자 놀고 있다.

오늘 주문한 고구마가 도착하면, 고구마나 까며 놀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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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도 너무 길다

Element 2007. 9. 1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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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도 너무 길다 - 하이쿠 시 모음집


어제 신은
신발을 만졌다.
'아직도 져져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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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외롭구나

Element 2007. 8. 18.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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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외롭구나 - 김형태의 청춘 카운슬링

좋은 책은 남들에게 추천해 주고 있는 책이기에 특별히 알리지 않더라도 꼬리의 꼬리를 물고 여러사람들에게 전달 될 수 있다. 내가 그 꼬리를 잡은 것처럼, 내가 그 꼬리를 그 사람에게 내밀어 준 것처럼.

   놀이터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친구들이 점점 학교나 학원에서 만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의 10대는 지나갔다. 그렇게 학교에서나 집에서 시키는 대로 하고, 정해진 교육과정에, 정해진 시간표대로 생활하면 나의 모든 일은 끝이었다. 그리고 내 자신에 대한 생각조차 제대로 해보지 않은채, 남들보단 빠르게 청춘의 향연이라는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다.
   대학생활은 나에게 커다란 쇼크였다. 대학교에서 받는 수업, 대학교 캠퍼스의 분위기는 고등학교 때와는 별반 다른게 없었지만, 내가 접하는 정보나 경험이 양적으로 질적으로 팽창하고 있었다.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는 고등학교는 산골에 있었고 집에 갈 수 있는 일은 한달에 한번 뿐이었다. 신문도 읽지 않았고 책도 가끔씩 읽는 것이 전부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될 때까지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단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우리에게 정해진 수업과 자습을 마치면 우리의 하루 일과는 완벽한 것이었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와서는 나에게 주어지는 자유시간이 많아졌고 그 때 마침 대통령 탄핵문제가 터졌다.
   산골에 있는 학교 때문에, 2002년 월드컵 때 거리응원 한번 못 나가 본 것이 한이 되었던 나는 인터넷을 통해서 생중계로 중계되던 탄핵반대 촛불시위를 보고 또 한번의 월드컵인양 흥분하였다. 그 발화제 덕분에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안 읽던 책도 한두권씩 보게 되었고 어느 덧 취미란에 독서를 집어넣게 되는 나를 발견 할 수 있었다.
   책이라는 것은 인생을 여러번 살아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100권의 책에는 100개의 삶을 살아간 100명의 인생이 담겨져 있다. 책을 통해 내가 살고 싶은 인생(달콤한 인생?)을 맛볼 수도 있고 내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도 만나 볼 수 있다. 결국 내 삶은 단 하나지만 내가 아는 삶은 수십, 수백, 수천개가 되었다. 그러나 완벽하지 않은 나에게 몇가지 문제점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알고 있는 삶이 늘어날수록 내 삶은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매력적인 삶이 너무나도 많았다. 이것도 해보고 싶고 저것도 해보고 싶고 그러면서도 항상 머리속에서 되뇌인다.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삶을 살고 싶다'라고.
   상상은 쉽지만 노력은 어렵다. 되보고 싶은 것은 많지만 결국 노력해서 얻어 내고 싶은 꿈은 없었다. 노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깊은지도 모르고 언제부터인가 노력이라는 것이 결실이 아닌 고통이라는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했기에 피하고 싶었다. 젊은 날에 당연히 흘려야 할 땀을 흘리기 싫어하면서 청춘은 불교에서 말하는 고통의 현세가 되어버렸다.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삶이란, 남들과는 다르게 놀고 먹으면서도 성공할 수 있는 삶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 나에게, 그런 우리에게, 김형태는 말해준다. 땀 흘려 노력을 한 후에 내가 상상하고 있는 그 삶을 서서히 만들어 가야 한다라고. 꿈만 꾸는 것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꿈을 꾼다면 노력을 통해 그 것을 실현해야 한다. 그리고 꿈이 없다면, 꿈을 만들기 위한 경험을 쌓아야한다. (여기의 꿈과는 다르지만 잠잘때 꾸는 꿈도 현실에서 얻은 재료들의 재조합이다)
   외로웠다. 방황하고 방황했지만 친절하게 조언해주고 상담해주는 인생의 선배를 찾기 어려웠다. 세상은 돈이라는 기준으로 모든 것을 판단했고 나도 어느 덧 그 잣대를 가지고 살고 있었다. 돈을 잘버는 사람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며, 돈이 안되는 일을 하는 사람은 쓸모 없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Love Love Love라고 말해도 돈 돈 돈으로 들리는 세상에서, 돈이 아닌 진정한 기준으로 나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인생의 방향을 잡아주기 위해 위인전을 읽게 시킨다. 그러나 그 위인은 너무나도 뛰어나서 오히려 우리를 좌절시킬 수 있다. 위인은 최소한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들이다. 그 위인의 살아있을 때 이건 사후이건 간에 말이다. 비록 위인은 노력으로 시련을 극복해서 성공을 얻어내지만 그 시련은 우리가 겪고 있는 시련과는 한참 떨어진 존재처럼 느껴진다. 사실 몇 백전년일부터 그나마 가까운게 50년전 일이데 똑같이 느껴질 수 는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형태의 조언은 어두운 방속으로 들어온 한줄기 빛처럼 느껴졌다. 세상의 잣대로 보면 김형태의 인생은 실패한 인생이다. 홍대 미대를 다녔지만 학원 강사가 싫어 우유 한컵 빵 한조각 밖에 못 먹으며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며 학교를 다녔다. 졸업을 하고 전시회는 종종 가졌지만 소위 말하는 잘나가는 화가가 아닌 일반적인 배고픈 화가에 불과했다. 그렇게 하던 것도 10년도 안되서 음악이 좋아 밴드로 전환을 했고 연극도 하고 공연도 기획하며 여러가지 일을 하고 있지만 돈을 잘 벌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인생에서 한가지 확실한 것은 자신이 살고 싶은 인생을 살았고 그 덕분에 경험이 많다는 것이다. 대학을 나와 직장에 들어간 후 평생직장으로 살던 부모님 세대에게는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김형태는 자신있게 해준다. 세상이 가진 성공이라는 잣대를 위한, 즉 위인전에 실릴 수 있는 인물이 되기 위한 조언이 아닌 자신의 삶을 스스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것이다.
   김형태는 돌려서 말하지 않았다. 조언은 듣는 사람이 그 조언을 받아 들일 수 있어야하고 도움이 되어야 한다. 있는 그대로, 우리가 알아야하는 그대로를 말해준다. 그렇기에 그 조언이 더욱 피부에 와 닫게 된다.
   
   시맨틱 웹 2.0의 저자분도 철학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언급을 했는데 이 책의 저자분도 역시 철학의 중요함을 말한다. 예능을 제외하고 말해본다면, 우리가 배우는 학문을 크게 이과와 문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이과의 뿌리는 수학이다. 수학의 튼튼한 기본 없이는 이과의 다른 분야로 확장해 나갈 수 없다. 이것과 마찬가지로 문과의 뿌리가 되는 것은 언어와 철학이다. 언어가 없으면 사람들끼리 의사소통을 할 수 없고 철학이 없으면 방향을 잡을 수가 없다.
   우리는 철학이라는 것을 난해하고 일상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학문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럴만도 한 것이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쁘고 돈벌기 바쁜 삶 속에서, ‘인생이란 것이 무엇인지’ 또는 ‘인간이란 무엇인지’ 고찰 하는 행동은 100여 가지의 원소들을 보고 우주를 이해하려는 행동처럼 생각될 것이다. 그러나 이 둘이 아무리 동떨어진 것이라도 어느 한쪽만 아는 것은 세상의 한면만 보고 살아가는 것과 같을 것이다.
   살아가는데, 어떤 기업을 운영하는데 점점 더 철학이 중요해지는 세상이 오고 있다. 매일 매일 급변하고 점점 더 어지러운 세상이 되어 갈수록 그 변화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중심이 있어야 한다.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행동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지만 나 자신조차 거기에 휩쓸려버리면 안되는 것이다. 이런 세상 속에서 나 자신의 중심축을 가지고 변화에 대응해나가려면 철학이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김형태는 이러한 사실을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2만불 시대로 나아가고 싶어하지만 단순히 1만불 시대에서 2배만큼 더 일한다고 해서 그것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의 노력과 더불어 예술과 문화 그리고 기술의 조화가 이루어져야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연구계발에 힘쓰는 것과 더불어 앙드레김 디자인 에어콘 그리고 프라다 폰과 같이 문화와 예술의 결합된 제품을 내놓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일 것이다.

   책에 적혀 있는 거의 모든 이야기들이 나의 이야기 같았다. 질문을 읽을 때는 글쓴이와 공감하면서 그와 같은 절박하지만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심정이 정확하게 느껴진다. 마치 내 이야기를 질문하고 있는 것처럼. 그러나 형태님의 답변을 보면 풀릴 것 같지 않던 문제들이 서서히 풀려가고 나중에는 희망까지 부풀어 올랐다.
   사실 문제에 대한 해답은 질문자가 말하는 내용에 있었다. 영어를 못하는 게 걱정이면 지금부터 영어 공부를 하면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으면 그 꿈을 따라가던지,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지금 하고 있는 일과 병행하면서 서서히 준비하면 된다. 시간이 없어서, 미래가 없어서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시간은 자신의 시간을 쪼개고 다듬으면 충분히 평균 이상의 시간을 가지고 꿈을 위한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미래에 대한 희망은 어느 정도 노력을 하고 성과를 이룩한 다음에 평가해야 옳은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너는 대통령도 될 수 있고 우주여행사도 될 수 있고 무엇이든지 될 수 있다’라고 말해줄 수는 있지만 ‘너는 대통령이 될 것이다’라고는 말해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잃어버리고 있었던 기억. 내 인생의 가장 찬란했던 유년시절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경시대회 준비를 하던 초등학교 5,6학년 때이다. 그 때의 결과가 좋았던 것은 아니였다. 항상 한 문제차이라 좋은 상에서 빗겨 나갔고 부모님도 선생님도 나도 많이 아쉬워 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에도 내가 이 때를 내 최고의 유년시절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어느 때보다 열심히 노력했고, 그 노력을 즐거워했다는 것이다. 1학기와 여름방학 내내 학교에 나가 공부를 했지만 항상 즐거웠다. 그렇기에 누구에게도 자랑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좋은 과거가 될 수 있었다.
   그렇다. 누구에게나 자신있게 말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먼저 스스로에게 당당해야 한다. 내 스스로 당당할 수 있을 때는 나 스스로 최선을 다했고 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대학에 와서 최선을 다했는가?’라는 질문에 나는 아니라고 밖에 대답을 할 수밖에 없다. 더 좋은 일에 나를 더 멋지게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는 많은 시간들을 허무하게 보내 버린 것이다. 이것 저것하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제대로 한 것은 거의 없었고 누구에게도 자랑 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간 분야도 없었다. 내가 평소에 말하고 다니는 그대로 얋게 많이 아는 사람이 되었을 뿐이었다.

  -  피를 무서워하며 전쟁터에 나간 군인처럼 노력과 땀을 두려워하며 20대를 보내려고 했다.
  -  방황하지 말자, 방황하기엔 20대는 열정을 받쳐야 할 곳이 너무나도 많다.

   이제 내가 해야 할일은 정해졌다. 그의 조언대로 '내일부터'가 아닌 '오늘만이라도'라는 심정으로 꿈을 키우고 그 꿈에 양분을 주는 교양을 쌓고 그 곳에 노력이라는 땀방울을 뿌려 꿈이 실제로 크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에 만족하지 말고 과정에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Ps. 꼬리의 꼬리를 물고 이 책이 외로운 20대들에게 많이 퍼져갔으면 좋겠다.
Ps2. 유럽여행을 가기 전에 이 책의 후기를 다써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나의 유럽여행기는 이 책의 리뷰로부터 시작이 된다. (자세한 건 에필로그에서 다시 언급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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