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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타고 떠난 유럽여행 29일째
자동차타고 떠난 유럽여행 스물아홉번째날 (2007/07/24)
어제부터 오던 비가 계속 오기 시작한다. 짐을 챙기고 퓌센으로 가기 위해 서둘러 움직였다. 루체른 시내에 잠시 들려 점심으로 먹을 빵을 사고 스위스 방문 기념으로 초콜렛을 하나 사왔다. 고속도로를 달려 리히텐슈타인을 잠시 스쳐 오스트리아에 있는 SAPR에서(카르프 같은 거임) 장을 보았다. 장을 본 후부터는 내가 운전을 했는데 그 때부터 비가 무지하게 쏟아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와이퍼를 가장 빠르게 움직여도 시야가 잘 안보일 정도로 비가 많이 왔다.비가 엄청 쏟아질 때 찍었어야 했는데, 처음에 차 받고 선루프 몇번 열어보고는 안열었다. 일단은 열면 차안에서 눈부시고 두번째는 밖에서도 피해다니는 자외선을 굳이 지붕 열어서 받을 필요가 없었다.
요 몇일동안 비도 오고 날씨가 추워지는 바람에 추위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여름에 여행을 왔기 때문에 더울 것에 대한 준비는 많이 해두었지만 추울 것에 대한 대비는 미비했다. 2일 전부터는 높은 알프스 지방에 있는 데다가 비도 오는 바람이 기온이 많이 떨어졌는데 그에 대한 대비가 전혀 안돼있었다. 긴팔 옷도 여기서 산거 하나뿐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무튼 오늘도 저녁 내내 밖에 못 나갈것이 뻔해 보인다.귀가 하시는 소님들. 다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했음.
7.7 유로짜리 비넷을 붙이고 오스트리아를 살짝 거쳐 독일로 넘어갔다. 우리가 가는 곳은 동화 같은 성으로 유명한 노이슈반스타인 성이었다. 꼬불꼬불 국도를 지나 퓌센에 다가가니 초원을 넘어 산위에 있는 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동화에 나올 법한 성 같다는 말이 딱 어울렸다. 별 5개짜리 캠핑장 앞에서 귀가 하는 소때들을 만나고 별 4개짜리 캠핑장에 텐트를 차렸다. 오늘은 비 때문에 나가지도 못하고 차 안에서 찍은 사진 한장이 전부이다. 예상대로 오늘 밤도 춥다.
오늘 거쳐간 도시들 : 퓌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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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론
우리 할머니는 걱정이 많으시다.
부모님이 퇴근을 조금만 늦게 해도 혹시 교통사고가 난 것이 아닐까 노심초사 하시고,
손자, 손녀들 중 누구라도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으면 몇날 몇일 교회로 기도를 하러 나가신다.
할머니의 걱정은 끊임없이 이어져 심지어 주변 사람들이 걱정하게까지 만든다.
그런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수 밖에 없었던 우리 부모님은 걱정에 대한 걱정이 많으시다.
혹시나 할머니가 걱정을 하실까봐 심각하거나 중요한 이야기들은 사전에 말씀하시지 않는다.
일의 결과가 잘 나와서 잘 풀렸을 경우 그 때 그 일을 알리시고,
만약 일이 잘 안되었을 경우는 혹시 걱정을 하시지 않을까해서 할머니에게 일 자체를 알리지 않으신다.
나는 이게 단지 걱정이 많은 할머니에게만 해당되는 일인줄 알았다.
그러나 예전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혹시 공부에 방해될까봐 미국에서 유학중인 셋째 이모에게 알리지 않은 일,
그리고 걱정할까봐 할머니가 쓰러지셨다는 것을 한달 가까이 군대에 있는 동생에게 알리지 않을 일 등을 보건데,
우리 부모님은 걱정에 대한 걱정이 많으신 분인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걱정이 많은 할머니,
그런 영향 때문에 걱정에 대한 걱정이 많은 부모님,
걱정에 대한 걱정이 많은 부모님을 둔 나는 어떠할까?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할머니처럼 걱정이 많은 편이다.
종교가 없어서 할머니처럼 기도를 하지는 않지만 걱정이 하나 생기면,
금새 없어지질 않고 내 몸에 찰삭 붙어서 내가 잊어버릴 때까지 나를 계속 괴롭힌다.
사실 대부분의 걱정이 별일 아니거나 큰일이어도 어쩔 수 없는 문제이긴 하지만,
이걸 알면서도 떨쳐버릴 수 없다. (아마 본능이겠지)
이런 나를 보면서,
걱정이 많은 부모를 두게 될 나의 자식들은
우리 부모님과 마찬가지로 걱정에 대한 걱정이 많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라는 소심을 예상을 해본다.
혹시 걱정할까봐 중요한 일이 생기면 나에게 알리지 않을테니 그 전에 눈치 빠른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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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사이로
잠시 생각해보자.
나는 소설보다는 다큐멘터리 사진집을, 일반 영화보다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더 좋아한다.
더 좋아한다고 해서 소설이나 멜로 영화를 안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나도 소설이나 영화를 보고는 감동을 받아 몇시간 동안 그 생각 때문에 아무일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다른 것에 비해 다큐멘터리에 더욱 더 손이 간다.
왜 그런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그에 대한 해답을 우연히 깨달았다.
노순택의 글과 사진을 보고 읽으면서 한국에 살고 있는 혼혈인을 다룬 이재갑의 글과 사진을 보면서,
나는 순간 순간 눈시울을 붉였고,
혹시나 비행기에 있는 다른 승객들이 내 모습을 보게 될까봐 잠시 책을 덮고 마음을 가담 듬어야 했다.
그랬다.
난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소설보다 영화보다 더 한 감동을 느꼈기 때문에 다큐멘터리를 좋아하게 된 것이었다.
사람들이 사라가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의 향기가 아닌 사람들의 냄새를 느낄 수 있었고,
멋도, 아름다움도 아닌 감동 그 자체를 느낄 수 있었기에 다큐멘터리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ps. 혹시 이 글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면, 서점에 가서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길 꼭 추천해드린다.